윤만보 작가
전 경찰서장(총경)
김용은 자신의 조카인 김림을 은밀히 집으로 불렀다. 이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피붙이가 적격이었다.
김용은 조카 김림에게 지난번 원나라로 간 사신으로부터 받은 서찰의 내용을 설명했다.
“지금 임금은 상국 원나라로부터 배척을 당하고 있다. 원나라 기황후 마마는 임금이 자신의 가문을 도륙낸데 대하여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다. 원나라 조정 또한 고려가 배원 정책을 펴는 데에 왕의 책임이 크다 하여 왕을 바꾸려하고 있다. 나는 원나라에 사신으로 가 있는 유인우, 강지연을 통하여 원나라와 연을 맺고 있다. 조만간 원나라에서는 왕을 폐하고 새로운 왕을 봉해서 고려로 내려보낼 것이다.“
김용은 원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자신은 이들과 엮여서 새로이 옹립되는 왕을 위하여 고려 내에서 은밀히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태서 이야기 했다.
”그럼 숙부께서는 어쩌실 요량이십니까?“
김림은 놀란 눈을 하고 김용에게 물었다.
”네가 할 역할이 있다.“
그러면서 김용은 장롱 속에서 서찰 하나를 가져다 조카에게 보여주었다.
”이것을 안우, 이방실, 김득배 장군에게 전해주어라.“
”이것은 임금께서 내리는 교지가 아니옵니까?”
“그렇다네 임금께서 그들 장군들에게 정세운을 죽이라고 내린 교지라네?”
“그럼 그들 장군들도 원나라와 연결이 되있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왜 임금께서 정세운을 죽이라고 이들에게 교지를 내리는 것입니까? 정세운은 지금 홍건적을 퇴치했다고 임금으로부터 총애를 받고있지 않습니까?”
김림은 놀라서 음성을 높였다.
“쉿 말소리를 낮추게, 내 설명할테니 이야기를 잘 듣게.”
김용은 한결 목소리를 낮추었다. 김림은 한발짝 더 다가가 김용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것은 내가 거짓으로 만든 임금의 교지일세?”
“예? 그럼 임금의 뜻이 아니라는 ...”
“그렇지 임금의 교지를 위조한 것이지.”
“어찌하여 교지까지 위조하여 공을 세운 총병관을 죽이라고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안우 등 장군은 정세운 총병관의 수하 장수가 아니옵니까?”
“지금 정세운은 임금의 총애를 받기 위하여 홍건적을 물리친 공을 혼자서 다 차치하려고 하고 있네, 조카도 알다시피 내가 정세운의 미움을 받아서 이렇게 끈 떨어진 바가지 신세로 있지 않은가?”
“예 알고 있지요. 삼촌과 정세운이 앙숙이라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요.”
“그래서 내가 정세운을 죽이려하는 것이라네, 안우 등을 이용해서 말일세”
“그게 쉽겠사옵니까?”
“전쟁이 끝나면 아무리 상하간 이라도 공 다툼이 있는 법이라네 나는 이를 이용하여 정세운을 죽이려는 것이라네 임금의 명을 빌어 안우 등 장수들에게 정세운을 죽이라 하면 그들도 임금의 명을 거역하지는 못할 것일세”
김림은 김용의 이야기를 듣고 삼촌이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다.
감히 어떻게 임금의 교지를 위조하여 수하 장수들이 모의하여 상관을 죽이라고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김림은 김용의 설명을 듣고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김용은 그런 조카에게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정세운이 역적 모의를 하고 있어서 이를 제거하고자 왕이 밑에 있는 장수들에게 은밀히 명을 내리는 것이라 하면 가담하는 장수들도 믿을 것이네, 원나라에서는 지금의 고려왕을 탐탐치 않게 여기고 있어 갈아치우려고 하는데 정세운이 이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께서 알고서 안우등에게 정세운을 죽이라고 은밀히 내리는 명이라 하면 충성심 강한 장수들은 거절하지 못할 것이 아닌가? 누가 왕명을 거절하겠는가?”
김림이 볼 때 김용은 이미 모든 계획을 다 짜놓고 있었다.
“자네는 나의 피붙이지 않은가? 자네의 손에 일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으니 나를 믿고 추진을 해주게 나중에 자네의 공이 크게 인정 받을 것이네.”
김용은 김림에게 일이 성공하고 나면 큰 공을 인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생각해보면 김림으로서는 삼촌이 잘된 덕분에 자신이 공부상서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다가 삼촌이 끈 떨어진 신세가 되니 자신도 같이 끈이 떨어진 것이다. 삼촌은 여전히 밀직부사의 자리에 붙어 있고 그 자리는 왕명을 출납하는 자리이니 삼촌의 말대로 왕의 교지도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을 것이다... 숙부가 말하는 것을 보면 원나라 황실과도 연이 닿아 있는 듯도 하니 이 또한 만약 일이 실패하더라도 후일이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김림은 숙부를 적극적으로 도와서 권토중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