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롱 논설위원
삼촌은 호칭이 아니다.
‘사장님, 아가씨, 이모, 여기요, 학생, 삼촌,’ 나열한 단어들은 우리가 식당에서 음식 등을 주문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촌부도 어떤 호칭을 써야 할지 고민을 했지만 요즘은 무조건 ‘사장님’이란 말을 쓰는데 간혹 저는 ‘사장 아니고 종업원입니다’ 하고 안해도 되는 이실직고를 듣기도 하지만 호칭 중 유독 신경 쓰이는 호칭이 이모와 삼촌이다. 왜 고모는 없고 이모뿐 인가? 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삼촌과 이모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쓰는 호칭인 것은 맞는 것 같다.
가족관계를 촌수(숫자)로 계산해서 호칭처럼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중국이나 일본 등 한자 문화권에도 촌이라는 개념은 있지만 일상적인 호칭에 녹여서 부르고 삼촌, 사촌이라 부르는 방식은 한국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삼촌은 원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지 부르는 말이 아니었다. 유교적 가족 체계에서 마디 촌을 사용하여 나로부터 관계의 멀고 가까움을 계산하는 방식인 촌수는 부부간 무촌, 부모 자식간 1촌, 형제간 2촌, 백중숙계(伯仲叔季)와 나는 3촌 등으로 나와 상대를 가르는 촌수(거리)를 나타내는 단위일 뿐이지 누군가를 부르는 이름(호칭)은 아니다. 이는 무촌인 부부 사이를 0촌, 부모를 1촌, 형제자매를 2촌, 조카를 3촌이라 부르지 않음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사람을 숫자로 부르게 되었는가? 일가친척을 삼촌 사촌 오촌 육촌 처럼 숫자로 부르게 된 배경에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관계 중심적 사고와 현대 사회의 언어적 편리 주의가 맞물려 있다고 생각한다. 일가친척을 숫자로 나타낸 것은 상대를 내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생판 남은 촌수를 계산할 수조차 없으니까 진짜 남이고, 너와 나는 몇 마디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숫자로(삼촌, 사촌 등) 확인하면서, 피로 연결된 혈연공동체임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묶으려고 하는 심리가 나타나 있다
그러면 여기에서 우리가 아버지 형제분들에게 어떤 호칭을 사용해야 하나?는 물음에 백중숙계 원칙에 따라 아버지의 형이면 백부, 중부. 동생이면 숙부나 계부라 불러야 하지만 형제가 적은 요즈음은 어려운 한자 말 대신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라고 부르고 혼인을 안 한 아버지 남동생은 아재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전통 예법에서는 관계가 분명한 호칭을 중시하여 나보다 한 항열 높은 분은 아재라고 불러 위계질서를 세웠다. 아재라는 말 안에는 ‘나보다 높으신 아버지의 항렬’이라는 존중과 우리 집안 사람이라는 완벽한 호칭으로 실제 촌부도 어릴 적에 ‘큰 아재, 작은 아재, 외 아재’라고 불렀다.
작은아버지나 아재를 삼촌이라 부르는 호칭이 관계를 왜곡하거나 모호하게 하며, 친근함을 표현하기 위해 가져다 쓴 혈연의 용어가 오히려 예의와 격식을 무너뜨린 현상으로 생각한다. 백부, 숙부 등 정확한 항렬과 관계를 나타내는 용어가 사라지고 삼촌으로 뭉떵 그려지는 언어적 퇴행과 전혀 모르는 타인을 삼촌이라 부르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며, 예법과 전통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리를 지키는 근간이다.
복잡한 예법을 단순화하고 싶은 현대인의 욕구에 의해 탄생한 삼촌은 부르는 말(호칭)이 아니라 우리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자(尺)임으로 무분별한 삼촌의 남발?을 멈추고 나와 상대 사이의 올바른 좌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며, 우리는 이제 삼촌의 틀을 넘어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어야 한다. 고모나 이모를 삼촌으로 부르지 않으면서 아버지, 어머니를 1촌, 형님, 동생, 언니, 오빠를 2촌으로 부를 수는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