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만보 작가
전 경찰서장(총경)
미처 피난을 떠나지 못하고 숨어지내던 개경 백성이 숨어들어온 고려 병사에게 적의 동향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백성들은 하루하루 벌레처럼 목숨을 이어가고 있으니 부디 하루빨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백성은 간곡하게 병사에게 부탁을 했다.
정세운은 안우 이방실 김득배 최영 이성계 장수들과 개경 수복 작전 회의를 했다.
고려군은 도성을 네 등분하여 포위하였다. 정세운이 지휘하는 본대는 개경의 외곽 도솔원(兜率院)에 진을 치고 머물렀다.
별동대가 먼저 성내로 들어가서 적의 내부를 흐트러 놓은 다음에 각 문을 포위하고 있던 군사들이 일시에 성내로 진입하기로 작전을 짰던 것이다. 성내에 진입하는 별동대는 이성계가 지휘하는 가병이 맡았다. 이방실은 서문을 맡았다. 안우와 김득배 최영의 군사도 각 문에서 대기를 했다. 한밤중에 이성계의 군사들이 허물어진 성벽을 타고 성내로 진입했다. 성안에서는 아군이 들어오면 길 안내를 해줄 백성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궁궐 내의 전각과 고관들이 살던 집들은 모두 적도의 장수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성계의 별동대는 이들부터 먼저 참수하기로 했다.
이방실의 군사들은 초저녁 저녁밥을 든든히 먹고서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정이 지나고 두식경쯤 되었을 때 성내에서 불길이 솟았다. 궐쪽에서부터 먼저 불길이 솟고 이어서 궁내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아우성 치는 소리가 도성 밖에서도 들렸다.
“가자! 우리가 움직일 차례다.”
이방실은 불길이 치솟자 군사들을 몰아쳤다.
군사들은 성문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굳게 닫혀 있는 성문보다도 허물어져있는 성벽을 타고 넘는 것이 훨씬 공격해 들어가기가 쉬웠다. 군사들은 낮에 보아둔 곳으로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성내로 진입했다. 성문 지기들은 갑자기 궁내에서 불꽃이 치솟자 영문을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민가에서 약탈해온 고기에다 술까지 한잔하고서 멀리 아스라이 비치는 별을 보면서 향수에 젖어있었는데 갑자기 성안으로 병사들이 쏟아져 들어오니 놀라서 우왕좌왕하여 달아나기가 바빴다. 이방실의 군사는 달아나는 자들을 뒤쫓아갔다. 칼을 가진 자는 칼로 적의 목을 베고 도끼를 든 자는 도끼로 내리찍었다. 적도들은 전열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도주하기에 바빴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치는 비명이 빗발쳤다.
성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성계의 가병들은 먼저 적도의 수괴가 잠자는 숙소부터 습격하여 그들 목부터 베었다. 관선생, 사유, 반성 등 최고 수뇌급이 일제히 척살을 당하니 적은 지휘체계를 잃고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때 안우, 이방실의 군사가 성내로 진입 합세하여 공격하니 달아나기에 바빴다. 적도들은 성문 쪽으로 몰려가서 탈출을 시도하였는데 우두머리가 없으니 저들끼리 부딪치고 넘어지고 자빠져서 짓밟혀 죽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겨우 성밖을 빠져 나와서 이제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성문 밖에 또 한 무리의 군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김득배, 최영이 이끄는 군사가 성밖에 매복하고 있다가 공격을 하니 탈출한 자의 절반도 살아남지 못했다. 어느덧 어둠이 걷히고 먼동이 터오고 있었다. 고려군 그때까지 곁에서 싸우는 아군의 얼굴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때서야 동료를 알아보았다. 모두의 얼굴과 옷에는 피로 범벅이었다.
고려군은 1월 18일 하룻밤 사이에 도성을 점거하고 있던 홍건적을 모조리 쫓아냈던 것이다. 적은 얼마나 다급했던지 그 동안 원나라 상도 궁궐에서 노획했던 황제의 옥새와 궁궐에서 사용하던 인장과 금은 보화를 그냥 둔 채 몸만 피해 달아났다. 적은 10만이 쳐들어 왔으나 불과 몇천명만 살아서 압록강 너머로 도주하였다. 개경 도성 내에는 적도의 시체가 곳곳에 쌓여있어서 고려군이 이를 치우는데만 몇달이 걸렸다.
김용의 음모
개경 수복의 소식은 정세운이 장계를 올리기 전에 바람을 타고 먼저 임금이 거처하고있는 복주 행재소에 전해졌다. 누구보다도 기뻐한 사람은 공민왕이었다.
“정세운이 더디어 해냈다는 말이지 그것도 하룻밤 싸워서 적의 10만 대군을 도륙을 내어 쫓아냈다는 말이지!”
임금은 어전회의에서 정세운과 전쟁에 참여한 장수들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러하옵니다. 전쟁을 치룬 장수들에게 상을 내리소서.”
“그리하마 어디 장수들 뿐이겠느냐 병사들에게도 고깃국에 쌀밥을 푸짐하게 먹이도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