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롱 논설위원
13월의 보너스'라는 말이 있다. 13월은 없지만, 세금 정산을 잘하면 환급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력에는 없지만, 음력에는 실제로 13월이 있다. 바로 윤달인데 올해가 그 윤달. 윤유월이 있다. 박영종(목월)의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에서 윤사월은 들어 봤지만 ‘윤유월’은 생소한 것 같다. 어릴 때 1년은 365일이고 4년에 한 번 윤년이 되고 음력은 양력보다 11일 적어서 3년마다 윤달이 든다고 배운 기억과 양력 12달의 크기를 기억할 때 주먹을 쥐고 정권을 가르키며 1월 크고 2월 작고하던 그때가 생각난다.
우리 천문의 역사를 보면 근대 이전까지 동아시아에서 하늘을 관측하는 것은 천자만의 특권이었다. 전통적으로 하늘의 명을 받아 임금으로서 정당성을 부여받고 왕조의 권위를 인정받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거나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여 독자적인 역법을 만드는 행위는 중국 황제가 천명을 받았음을 부정하는 의도로 보일 수 있었다. 한민족은 삼국시대 이래로부터 조선이 들어설 때까지 대외적으로 중국에서 만든 역서를 수입해서 사용하였다. 삼국시대에는 당의 선명력, 고려 충선왕 때 원의 수시력, 조선 초 명의 대통력인데 이는 역법을 만들 기술력 부족도 있지만 오직 천자만 하늘을 주관할 수 있다는 중화주의 세계관의 반영이기도 했다.
이에 세종대왕이 조선의 독자적인 역법을 만들라고 지시, 국내에서 대간의,소간의등 천문기구들을 제작하여 수도 한양ㆍ백두산ㆍ강화도 마니산ㆍ한라산등 주요 지점에 관리들을 파견하여 각지의 북극 고도를 측정하고, 별을 관측하여 일식과 월식이 일어나는 시간과 오성 운행시간을 알아내는 노력을 기울여 한국사 최초 독자적 역법인 칠정산(七政算)을 만들었다. 일본은 1643년 조선통신사 사절 중 독축관 박안기에게 칠정산 계산법을 전수받고 연구하여 1682년 시부카와 하루미가 일본 최초의 역법인 정향력(貞享曆)을 완성하였다고 하며 칠정산으로 계산한 1년은 실제 지구 공전일과 오차가 –1초 밖에 나지 않아 그레고리력보다 작다고 한다.
태양이 기준인 양력은 365일인데 음력은 354일로 11일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불일치를 강제로 조율해서 맞추는 것이 치윤법(置閏法)이다. 윤달은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1년에 11일씩 차이가 나니, 3년이면 대략 한 달 차이가 존재한다. 이를 윤달, 즉 한 달을 끼워 넣어 맞추는 것이다. 지금은 양력을 사용하니 무감각하지만, 윤달이 드는 윤년의 음력 달력은 실제로 13월이 된다. 그러나 13월은 부 정기적이라 이를 일정한 규정안으로 넣기는 곤란했다. 해서 실제로 12월 다음의 13월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처럼 윤유월을 둬서 6월이 두 달이 되는 것 같은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윤달은 2-3년에 한 번. 즉 19년 동안 태양력과 음력이 거의 일치한다는 메톤주기인 19년에 7번 들어간다. 윤달이 들어가는 순서는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에 의한다. 24절기는 양력 기준이며 1년 12달을 반으로 나눠서 24개로 만든 것으로, 절기(節氣) 12개와 중기(中氣) 12개로 나뉘며 양력으로 3~8일경에 배정되는 것이 절기이고, 19~23일경에 배정되는 것이 중기다. 입춘을 1번이라고 할 때 홀수 번째는 절기, 짝수 번째는 중기에 해당된다. 즉 절기에는 입춘,경칩,청명,입하,망종,소서,입추,백로,한로,입동,대설,소한. 중기에는 우수,춘분,곡우,소만,하지,대서,처서,추분,상강,소설,동지,대한이 있다.
음력은 1달이 29, 30일이고, 양력은 1달이 30, 31일이므로 음력이 양력보다 보통 1달에 1일 정도 늦게 가기 때문에 중기가 없는 달이 생기고 절기만 있는 달이 되면 월의 이름을 정할 수 없어서 전 달의 이름을 빌어 월을 정하게 된다. 금년 음력 6월은 양력 6월 25일부터 7월 24일까지인데 그 안에 중기인 대서가 있어 6월이 되나, 다음 달인 7월은 7월 25일부터 8월 22일까진데 그 안에는 절기인 입추는 8월 7일이나 중기인 처서는 8월 23일에 있다. 즉 절기는 있고 중기가 없는 무중(無中)달 이어서 7월이라 부르지 않고 앞 달의 이름에 윤자를 붙여 윤유월이라 한다. 처서가 있는 8월 23일부터 음력 7월이 된다. 통계에 의하면 최근 550년 동안 203번의 윤달이 들어서며 월별 횟수는 1월(1),2월(16),3월(30),4월(35),5월(35),6월(30),7월(24),8월(14),9월(8),10월(4),11월(6),12월(0)이다. 윤달은 낮 길이가 긴 여름철에 많고 겨울철에는 적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고 있다. 차기 윤달은 2028년 윤 5월이며 윤달의 명절인 설날이나 추석은 쇠지 않는다.
윤달을 평년보다 한 달이 더 있다 하여 공달이라 부르고 '썩은 달'이라고 하여, "하늘과 땅의 신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으로 그때는 불경스러운 행동도 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라고 생각해 무슨 일을 해도 손을 타거나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여겨, 평상시 신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했던 일들을 거리낌 없이 했는데 주로 이사를 하거나 혼례를 올리고, 수의(壽衣)를 짓거나 조상의 묘를 이장하거나 단장하는 일이 많았다. 보통 이사하는 날은 손 없는 날로 음력으로 0, 9가 뒤에 붙는 날이고 윤달에는 귀신이 아예 쉬는 듯하니 윤달 전체가 손이 없는 날이다. 애동지가 있는 윤달에 세 번 절에 가면 모든 액이 소멸되고 복이 온다고 믿고 지성으로 절에 다니신 할머니 덕에 이 손자 무탈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 할머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