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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7 12:22

  • 오피니언 > 안화수 칼럼

시를 읽는 마음

기사입력 2023-05-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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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안화수


()를 읽지 않는 날이 없다. 특별하게 시를 골라가며 읽지는 않는다. 책상 근처에 놓인 시집이면 언제든지 집어 든다.

시청각 매체가 발달한 오늘날 시를 비롯한 다른 장르의 문학 작품들이 사랑받지 못한다. 그러나 시를 읽음으로써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여리고 섬세한 시어들을 마음에 담으면 영혼이 순수해지고 맑아질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에 단시조를 외우던 생각이 난다. 작품 내면에 담긴 뜻도 모르면서 무조건 중얼거렸다. 그 대가는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 차츰차츰 알게 된 것이다. 리듬감이 좋아서, 길이가 짧아서 외운 작품의 깊은 뜻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든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시를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더욱이 난해한 현대시는 시 공부를 전문적으로 한 사람조차 시를 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괜찮다. 시의 내용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읽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시어는, 사전적인 의미 이외에 함축적 의미가 있으므로 여러 가지 색깔로 해석할 수 있다.

시를 말할 때, 고대 중국의 시가를 모아 엮은 시경(詩經)을 거론한다. 본디 주나라에서 불리던 노래 3,000편이었던 것이 공자(孔子)에 의해 305편으로 간추려졌다고 한다. 공자는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시를 중요시했다. 시는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에서 우러난 것이므로 정서를 순화하고, 다양한 사물을 인식하는 데 본보기가 된다고 했다. 이는 논어위정편에 시경 삼백 편을 한마디 말로 대표할 수 있으니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라고 적혀 있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진다는 뜻이다.

시를 가까이하는 데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를 읽으면, 공자의 말씀대로 간사함이 없는 것 같다. 시를 가까이하는 마음은 늘 가볍고 편안하다. 교직에 있으면서 평소 정상적인 학생보다는 결손 가정의 학생이나 품행이 올바르지 못한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 여러 시인의 다양한 시를 읽어 마음이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은 자신의 아픔을 시로써 표현한다. 시인의 눈물이 시가 되어 독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도 한다. 문학적인 독창성과 쉬운 언어를 기교 없이 사용한 시는 읽기 편하다.

머리로만 읽지 말고 가슴으로 읽는 것이 좋다. 이해하기 쉬우면서 희망적인 시를 만난 날은 생활에 에너지가 넘친다. 더욱이 감동적인 시는 가려운 곳이 시원하게 긁히고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시 작품 가운데 쉽게 읽히는 것도 있지만, 읽기 힘든 것도 있다. 그러나 시인은 혼신을 다하여 많은 것을 작품에 담아놓는다.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든 보물덩어리를 찾을 수 있다. 시인의 눈길로 본 세상을 독자가 보게 된다. 좋은 구절은 몸에 착 달라붙는다. 입 안에 들어와 달콤하게 감긴다. 그것을 찾는 순간 희열이 느껴진다.

시에는 사진처럼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어 시를 읽으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할 수 있다. 또한, 시인은 사물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자연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그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시를 골라 읽자. 읽는 횟수를 거듭하다 보면 시작품을 수용하는 능력이 길러질 것이다. 시를 많이 읽으면 좋은 표현법을 익혀 자신도 시인이 될 수 있다. 학생 신분이라면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문학 작품 수용하는 힘을 비롯한 적확한 어휘 선택, 놀랄 만한 표현력과 문장을 압축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물질 만능 사회에 부를 축적하려고 애쓴다. 발버둥을 친들 원하는 만큼 갖기 쉽지 않다. 설사 가졌다 해도 삶의 보람은 무엇으로 얻을까? 경제적으로 더 가질 수 없다면 마음가짐을 달리하자. 많이 가졌으면서 마음이 가난한 것보다는 가진 것은 적지만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 좋은 시를 많이 읽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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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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