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3-09-21 15:45

  • 오피니언 > 금강산이야기

그대 가슴에 바치는 100송이 꽃이야기

동박새는 왜 동백꽃에만 살까요?

기사입력 2023-05-12 16:00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옛날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이어요.

바닷가 언덕에 거대한 궁전이 있었어요. 궁전에는 잔악무도한 왕이 살았는데, 사람의 목숨을 예사로 생각하는 아주 무서운 왕이었어요. 그의 눈은 항상 번득이는 무서운 광채로 번쩍이었어요.

그 왕에게는 자식이 없었어요.

왕은 자신의 대를 이을 사람이 없자, 성격이 이상해졌어요. 왕은 의심이 많고 자신에게 거스르는 말을 하는 사람이면 함부로 허물을 입혀 처단하는 그런 무서운 왕이었어요.

왕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었어요. 왕의 동생은 너무도 어질고 착했으며, 그는 두 아들을 데리고 있었어요. 두 아들은 책도 많이 읽고, 활과 칼도 잘 다루는 무사 같았어요.

그러한 동생의 아들을 보는 포악한 왕은 드디어 그 착한 동생에게 은근히 무서운 눈초리를 쏟았어요.

동생은 아들이 둘이나 되지, 앞으로 내 자리를 저 조카들에게 물려 주어야 하다니. 선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은 동생과 나 그리고 저 조카들밖에 없지.’

내가 늙기도 전에 저 조카들이 이 왕의 자리를 탐내면 큰일이지.’

조카들이 내가 늙으면 나를 몰아내고 제 아비를 왕으로 모실 거야.’

그렇다면 내가 먼저 그 녀석들을 처치해 버려야지

왕은 그때부터 무서운 눈초리로 동생의 주변을 항상 경계하며 살피고 있었어요. 그는 심복을 시켜 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어요. 자는 시간, 일어나는 시간, 산책을 하는 시간 그리고 산책을 할 적에 누구와 다니는 것까지 감시했어요.

동생도 무척 예민한 사람이었어요. 동생도 그런 형의 그런 눈치를 알아차렸어요. 동생은 왕의 말과 행동을 항상 두렵게 생각하며 형의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예사로 보지 않았어요.

분명히, 형은 내가 모르는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을 거야.’

내가 어릴 적 보아온 그런 정다운 형이 아니야. 나를 쏘아보는 그 눈초리를 보면 소름이 끼쳐.’

형은 나보다는 우리 아들을 더 경계하고 있을 거야.’

동생은 왕의 무서운 음모를 짐작하고 아주 기발하고 묘한 생각을 했어요. 형의 그 무서운 음모에 휘말려 들면 두 아들과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지요. 자기만의 아주 깊은 비밀스런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하자. 그 길만이 두 아들을 살리는 길이다.’

동생은 자신만이 아는 묘책을 궁리했어요. 그것만이 두 아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계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날 이후부터 동생은 이상하게도 항상 두 아들을 곁에 데리고 다녔고, 두 아들에게는 창이 긴 모자를 깊이 눌러쓰게 해서, 주변 사람들이 그 아들이 누구인가 구별할 수가 없도록 했어요.

내가 이렇게 두 아들에게 모자를 깊이 눌러쓰게 해서 돌아다니면 나와 함께 가는 사람은 우리 아들의 얼굴을 모르게 될 거야. 누구라도 모자를 쓰면 모두 내 아들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 ’

왕은 동생의 그런 이상한 행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러면서도 동생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어요.

동생이 이상하군. 제 아들에게 모자를 푹 눌러쓰게 해서 데리고 다니는군. 그 녀석 참 이상한 놈이군. 녀석이 머리가 좀 이상해졌군. 제 놈이 왕이 될 꿈이라도 꾸고 있나?’

왕은 자신의 심복을 통해 동생의 하루하루 일과를 일일이 보고받았어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산책하는 시간, 산책하는 길 등을 면밀하게 살피게 했어요.

동생의 일과는 시계 추처럼 일정하게 움직이었어요. 낮에는 궁중의 뒷산에서 산책, 오후에는 궁중 놀이터에서 활을 쏘기. 밤에는 아들 둘을 데리고 궁중 안에 있는 조용한 숲속으로 산책을 했어요. 물론 아들 둘에게는 반드시 모자를 깊게 눌러쓰게 해서 다른 사람이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했어요.

그러든 어느 어두운 그믐밤이었어요.

왕은 자신이 가장 믿는 심복 한 사람을 가까이 불러 귓속말로 무서운 지령을 내렸어요.

오늘 밤, 북두칠성이 뒷산 아래쯤에 걸쳐지게 될 시간에 조카 두 녀석이 제 아비와 함께 궁전 뜰을 거닐 것이다. 그때, 조카 두 녀석을 처단하여라.”

? 조카 두 사람을 요?”

심복들은 예기치 않은 왕의 그 말에 손을 바르르 떨며 깜짝 놀랐어요.

왕은 목에 힘을 주고 아주 엄하게 말했어요.

왕의 명령이다. 어김없이 처단하거라.”

! 대왕님!”

심복은 입술을 바르르 떨며 왕의 명령을 들었어요.

드디어, 궁중에 어두운 밤이 되었어요.

그날 밤은 그믐밤이어서 사방이 아주 깜깜하게 어두웠어요. 왕의 동생은 언제나처럼 두 아들을 데리고 평소와 같이 궁전 뒤뜰을 산책하고 있었어요. 두 아들은 모자를 길게 눌러쓰고 나란히 걸었어요. 아버지가 뒤에서 걸어가고 두 아들이 아버지 앞에서 걸어갔어요.

그 세 사람이 걸어가는 앞쪽 아름드리나무 뒤에서 괴한이 칼을 들고 무서운 눈으로 그들을 노리고 있었어요.

왕의 동생이 두 아들과 아름드리나무 가까이 오자, 그들 가까이로 갑자기 한 사람의 시커먼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두 아들을 순식간에 칼로 내리쳤어요.

으악!”

으악!”

갑자기 궁전 숲속에 두 사람의 짧은 비명이 날카롭게 울렸어요.

왕의 동생은 그 일이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웠지만 당황하지 않고 마치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아주 침착해졌어요.

웬 놈이냐? 감히 나의 두 아들을 죽이다니?”

동생은 고함을 지르며 괴한을 대항하려 했지만 칼을 휘두른 괴한은 재빠르게 그 장소를 피해 달아났어요.

왕의 동생은 그런 일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긴 한숨을 내쉬었어요.

왕의 동생은 하늘에 총총히 떠 있는 별들을 보았어요.

! 하늘의 별들은 저렇게 사이좋게 반짝이는데 …….”

왕의 동생은 그 범인이 누구라는 것을 알려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것이 자기 형의 소행임을 이미 짐작했어요.

그날 밤, 동생은 자기 방으로 돌아오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어요.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지, 나는 이미 이 일을 예견하고 있었지.’

동생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자기만의 비밀을 열었어요. 깊은 밤중에 동생은 은밀한 편지를 써서 자기가 가장 믿는 하인 한 사람을 불렀어요. 그 하인은 자기의 목숨만큼 아끼는 심복이었어요.

그는 그 심복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이 편지를 저 멀리 산골에 몰래 숨겨둔 우리 아들에게 전하거라. 자네는 지금 궁중에 경계가 무척 심하니 주변을 살피고, 각별히 조심하거라. 만약에 실수하는 날에는 너와 내가 함께 죽을 수도 있다.”

다음 날 아침, 그 하인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고 주변의 눈치를 보아가며 궁전 뒷문을 향해 몰래 나섰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네 이놈. 거기 서.”

두 눈을 부릅뜬 경비대장이 하인의 멱살을 움켜잡고 하인의 몸을 샅샅이 뒤졌어요. 하인은 경비대장에게 자기의 가슴속에 깊이 숨겨온 비밀 편지를

빼앗겼어요.

경비대장은 그 편지를 즉시 왕에게 보고했어요.

 

 

사랑하는 내 아들아!

지금 위험하다. 나는 이 궁전에서 두 남자아이들을 너희들인 것처럼 가장시켜 데리고 다니다가, 그 아이 둘이 어젯밤에 궁전 뒤뜰에서 피살당했다. 아주 위험하다. 혼자 나가지 말고 둘이서 남의눈을 피해 다녀라. 너희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창이 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녀라.

이 편지를 보는 즉시 불에 태워 버려라.

아버지가.

 

왕은 경비대장으로부터 받은 그 편지를 읽고 노발대발했어요.

여봐라. 산골에 있는 두 녀석과 그 아비를 내일 저녁 무렵, 궁전의 깊은 비밀 숲속으로 잡아 오너라.”

병사들이 급히 산골로 달려가 숨어 사는 동생의 두 아들을 잡아 왔어요.

다음 날 저녁 무렵, 궁전 비밀 숲속 뜰에는 무서운 기운이 돌았어요. 비밀 숲 잔디밭에는 잡혀 온 두 아들과 그 아버지가 벌벌 떨고 있었으며, 왕은 높은 단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아주 노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어요.

짐을 속이고, 두 아들을 산골에 몰려 숨겨두고 있었다니? ”

왕의 동생은 왕 앞에 꿇어앉아 왕을 향하여 두 손으로 빌며 애원했어요.

폐하,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저는 죽여도 좋으나 저 죄 없는 아들 둘은 제발 살려주십시오.”

왕의 시퍼런 눈빛이 동생을 쏘아보며 소리 질렀어요.

너는 나의 동생이니, 살려준다. 그 대신 네 손으로 저 두 녀석을 죽여라. 우리 아버지, 그러니까 선왕께서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동생 너만은 잘 살피라는 말씀을 하셨다. 선왕의 말씀대로 너의 목숨만을 살려주마.”

왕의 목소리는 비밀 숲속을 쩌렁쩌렁 울렸으며 칼날처럼 싸늘했어요.

여봐라. 그 칼을 저 아비에게 주어라.”

경비병이 날이 예리한 긴 칼을 들고 왕의 동생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어요.

왕의 동생은 무엇을 결심한 듯 무사로부터 칼을 받아들고, 무서움에 떨고 있는 두 아들을 바라보며 칼을 높이 쳐들었어요. 마치 금세라도 두 아들을 향해 칼을 내리칠 듯이 손을 바르르 떨었어요.

두 아들은 벌벌 떨며 아버지의 칼이 자신들의 목숨을 향할 것을 각오하고 있었어요.

왕의 동생은 입술을 깨물고, 높은 단위에 있는 왕을 향하여 피를 토하듯 울먹이며 말했어요.

폐하, 마지막으로 고합니다. 저 어린 폐하의 두 조카들을 부탁합니다.”

왕의 동생이 날이 시퍼런 칼을 높이 들었다 내리치는 순간, 그 칼로 자기 자신의 몸을 베었어요.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서 붉디붉은 피가 위로 솟구쳐 올랐어요. 그 피가 꽃송이처럼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주변의 숲속에 빗줄기처럼 뿌려졌어요.

왕은 숨을 식식거리고 두 눈을 부릅뜨더니 잔악무도하게 큰소리를 질렀어요.

여봐라. 저 두 녀석들도 처형하여라.”

그와 동시에 두 아들의 비명소리가 숲속을 흔들었어요.

그날 밤, 그 숲속에는 차디찬 정적만이 깊게 쌓였어요.

밤이 되자, 해변가 하늘의 별들이 이 처참한 모습을 내려다보고 울다울다 참을 수 없었어요. 그 별빛들이 하나, 둘 비밀 나무 숲속으로 내려와 억울하게 죽은 두 아들과 아버지의 영혼을 담아 한 그루 꽃나무로 곱게 심었어요.

별들이 세 주검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했어요.

이 착하디 착한 영혼을 꽃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다음 해 봄이 되었어요.

그 아버지가 죽은 숲속 자리에서 여태 보지 못한 아름다운 한 그루의 나무가 자랐어요. 그 나무의 가지마다 핏빛 같은 붉은 꽃송이가 많이 피어났어요. 그 꽃송이들은 아버지의 몸에서 뿜어내던 핏빛과 같은 붉은 빛의 꽃송이었어요. 오늘날 우리는 그 꽃을 동백꽃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신기한 일이 있어요. 귀여운 새 두 마리가 붉은 동백 꽃송이 사이로 포롱포롱 날아다니며 꽃송이 속의 꽃잎을 간지럽히며 동백꽃 숲을 떠나지 않는다고 해요.

왜 그럴까요?

그것은 죽은 두 아들의 영혼이 동박새가 되어 동백꽃이 된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하고 울고 있는 것이라고 해요. 이 동박새는 동백꽃이 된 아버지 곁은 떠나지 않고 지키는 효성스러운 새 이지요.

그 동박새는 동백꽃 꽃잎 속에서 꿀을 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동박새가 꽃술을 수정(암술 수술 꽃가루받이) 하는 일을 한다고 해요. 동백꽃이 동백씨를 맺게 하는 일을 하고 있지요.

동박새가 죽은 아버지 곁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요.

동백꽃의 꽃말은 고결한 사랑이라고 말해요.

 
논설위원 조현술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