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이상호
현행 형사소송법상 형사사건은 경찰의 수사⟶ 검사의 기소⟶ 법원의 판결로 형이 확정된다. 그런데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수사진행 여부에 대해 검찰에 허락을 받아야하고 그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원에 기소를 하는 것 또한 검찰이 하는 것이다.
이렇듯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보니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수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수사 결과에 대해 불기소도 할 수 있어 그야말로 무소불위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은 작년 4~5월 일명 검수완박 법안을 국회 본회의를 가까스로 통과시켜 입법에 성공함으로서 검찰은 앞으로 법률에서 정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기소 및 공판 업무만 전담하게 됐다. 즉 일부 수사 권한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수사권의 완전 박탈은 아니지만 유지되는 수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검사는 사법경찰관으로 간주되어 이를 행사하여야하기 때문에 그 범위나 내용 측면에서 수사권이 실질적으로 완전히 폐지나 다름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검찰은 힘의 원천인 수사권을 박탈하자 검사 출신인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검사 6명은 반기를 들고 작년 6월 검수완박 법안이 위헌이라며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고
같은 해 4월엔 국민의 힘 소속 의원들이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 및 법안강행처리 과정에서 자신들의 심의 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를 청구했다.
이에 헌재가 결론 내린 판단은 크게 두 가지로 먼저 더불어 민주당 소속이었던 민형배 의원을 자진 탈당 형식을 빌려 사법상임위원회에 통과시킨 자체가 흠결이니 검찰 수사권 조정 법률은 무효라는 주장에 대하여 위반은 하였으나 본회의 다수결 표결을 거쳐 통과시켰으므로 무효를 결정할 정도로 심각한 법 훼손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또한 헌재는 헌법이 보장한 검찰 수사권이 법률에 의해 조정을 받을 수 없다는 한 장관과 일부 검사들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신청은 법무부장관은 검찰에 수사권과 소추권을 행사하는 기관이 아니므로 헌법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으며 검찰 수사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한이 아니니 하위 법률에 따라 법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즉 더 쉽게 정리하면 헌재가 비대해진 검찰 조직 견제 목적인 수사권 조정은 국회에서 추진하는 과정에 일부 하자가 있지만 본회의에서 국회가 다수결 표결로 통과시켰으므로 개정안 법률이 무효를 시킬 정도로 심각한 결함이 없다고 판단, 결론지었다. 그래서 법무부와 여당이 청구한 검수완박 권한쟁의는 당연히 부결되어 현재 시행중인 검수완박 법의 효력은 어째든 유지하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헌재가 검수완박 입법이 위헌적인 걸 인정하면서도 그 법안은 괜찮다며 승인해 준 것이 문제다. 즉 절차 과정상 문제가 있지만 위헌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며 이런 황당한 판결이 또 어디에 있냐? 어느 나라의 상식인 것인가? 민주주의 근간이자 그 근간을 지키는 것은 인권과 다수결, 절차상의 적법성인데 도저히 납득이 안 될 뿐더러 또한 이들(헌재)은 검사의 수사권을 행정부에 부여된 헌법상 권한이라고 보면서도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것 또한 애매하다.
즉 헌법 제12조 3항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 범인인 경우와 장기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제16조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 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며 사실상 수사권은 헌법상 권한으로 영장은 검사가 신청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헌재는 수사권은 검찰뿐 아니라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 해경, 군 검사, 군사경찰 등에도 부여돼 있다며 수사 및 공소제기 주체는 입법자가 입법 당시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특정 국가기관 즉 검찰이 수사를 독점할 권한이 없다며 아리송한 판결을 내려 정말 유감스럽다.
따라서 법이란 과정과 결과가 모두 맞아야 옳은 것이다. 아무리 정당한 법이라도 그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정당하지 못하다.
그래서 그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헌재가 인정하면서도 법 내용은 문제가 없으니 정당하다고 판결을 내린 것은 그야말로 재판관답지 못하며 이런 잘못된 판결은 이후 선례가 되어 앞으로도 그와 같이 해도 된다는 신호를 주게 되어 결국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온갖 꼼수와 치사하고 쩨쩨한 방법을 동원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계속해서 입법 활동을 하지 않을 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