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옛날 인도에 있는 어느 왕국의 이야기입니다.
그 왕궁에 새를 너무 좋아하는 예쁜 공주가 살았어요. 그 공주는 창가에서 생각에 잠기다가도 창밖에서 아름다운 새소리가 나면 급히 밖으로 나가 그 새를 찾았어요. 신하들을 시켜 그 새를 잡아 와서 새장에 기르며 그 새소리 듣기를 좋아하는 공주였어요.
신하들은 그런 공주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정성을 쏟았어요. 궁전의 신하들은 공주를 위해 이곳저곳에서 예쁜 새를 구해다 바치는 일에만 매달리게 되었어요.
공주를 가까이에서 모시는 신하가 아주 귀한 새 한 마리를 공주에게 바쳤어요.
“공주 마마, 이 새는 파랑새인데 저 멀리 갠지스 강가에서 구해 온 것입니다. 새소리가 악기처럼 아름답습니다.”
“오! 그대가 내 마음을 어떻게 그토록 잘 알았는가? 아바마마께 말씀을 드려 벼슬을 높여야겠군요.”
신하들은 백성의 살림살이를 돌보는 것보다 공주에게 예쁜 새를 구해다 바치는 일에 더 열정을 쏟았어요. 그런 신하들을 바라보는 백성들의 불평이 이만 저 만이 아니었어요.
“세상에 신하들이 나라 백성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그것을 살필 생각은 하지 않고 공주가 좋아하는 새들을 바치는 일에 더 마음을 쓰다니?”
백성들 중에는 오히려 그런 신하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귀한 새를 보면 그 신하에게 귀띔을 해 주기도 했어요.
이제 백성들도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났어요.
“우리 차라리 나라 안을 돌아다니면서 예쁜 새를 구하여 공주님께 바치자. 그러면 출세하고 상금을 받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같 아.”
“맞아. 신하들이 저렇게 공주 비위 맞추기에만 정신이 빠져 나라 살림에는 관심이 없으니 말이야. 우리도 고운 소리를 내는 새를 찾아 나서자.”
백성들은 자기의 맡은 바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생각만 하게 되었어요. 관리들, 궁중의 신하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고운 소리를 내는 새를 찾는 일에만 매달리게 되었어요.
어느 날 궁전 안에 이상한 소문이 퍼졌어요.
신하들이 궁전 안 여기저기에 모여서 수군거렸어요.
“공주님이 어느 신하로부터 아주 귀한 황금빛 새장을 선물로 받았대.”
그때 공주와 가장 가까이 지내는 한 신하가 말했어요.
“나도 들은 이야기인데, 그 번쩍이는 황금 새장에 넣을 예쁜 새를 구해 오는 사람에게는 상금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준대.”
“그뿐만 아니라, 그 새장에 넣을 예쁜 새를 구해 오면 여태까지 궁전 안에 있는 새장에 기르던 모든 새를 저 푸른 숲으로 날려 보낸다고 해.”
“그 아름다운 새는 황금 새장에 넣어 기른다고 해. 아! 생각만 해도 눈이 부셔. 그 번쩍번쩍 빛나는 새장이 보고 싶어.”
궁중 안에서 신하들끼리 나누는 이야기가 순식간에 온 나라에 퍼졌어요. 백성들 사이에도 이런저런 얘기들이 물거품처럼 불어나기 시작했어요. 이상한 헛소문이 나라 안에 파다하게 퍼졌어요. 백성들이 둘만 모여도 황금 새장에 넣을 새 이야기를 했어요.
“이번에 공주의 비위를 맞춰 좋은 새를 구해 가는 사람은 엄청난 상금을 받을 거야.”
“상금뿐만 아니고, 아주 높은 벼슬도 준다고 해.”
“그 황금의 새장에 넣을 귀한 새를 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니?”
“아! 공주의 마음에 드는 새를 어디 가서 구할 수 있을까?”
그 이야기가 온 나라에 펴지자, 모든 백성들이 황금 새장에 넣을 새를 구하는 꿈을 꾸었어요. 나라 밖의 이웃 나라에까지 이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이 나라의 어느 깊은 산골에 도사 같은 사람이 살았어요. 키가 큰 할아버지는 허언 수염을 길게 기르고 도사 지팡이를 짚고 다녔어요. 간혹 구름이 흐르는 산봉우리에 올라 흐르는 구름을 보고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어요.
그런 도사 할아버지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신기한 도술을 가지고 있기도 했어요. 그런 도사 할아버지의 귀에 공주 이야기가 들어갔어요.
“음-고것 참 어렵구나. 공주 한 사람의 생각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헛된 꿈으로 고생을 하게 되느냐 말이야.”
“그것은 바른 일이 아니지.”
도사 할아버지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며칠 동안 깊고 깊은 숲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번쩍번쩍 빛이 나는 황금 날개를 가진 새 한 마리를 새장에 넣어가지고 나왔어요. 멀리서 바라보아도 눈이 부시는 황금 새장이었어요.
할아버지가 궁궐 앞에 가서 향해 큰 절을 하고 여러 가지를 생각했어요.
할아버지는 궁중의 예절을 잘 몰랐어요. 궁중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 공주가 좋아하는 말투, 공주가 좋아하는 예절 등을 몸에 익혔어요. 할아버지가 황금새가 들어 있는 새장을 남이 보지 못하게 커다란 보자기에 단단히 쌌어요.
그 할아버지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공주를 찾아왔어요. 할아버지가 공주가 사는 별당 가까이 가자, 손이 바르르 떨렸어요. 그럴수록 아주 태연하게 공주를 찾아갔어요.
할아버지는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신비로운 새 한 마리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공주 앞으로 갔어요.
“공주님, 이 황금새가 마음에 드십니까?”
공주는 첫눈에 그 황금새에 반했어요. 그 황금새에서 금빛이 번쩍번쩍 빛이 나고 그 새가 날갯짓을 하면 온 사방에 금빛 번쩍번쩍 빛이 날 것 같았어요.
“오! 이런 귀한 새가 있었느냐? 내 그대에게 후한 상을 주리라.”
“아닙니다. 공주님께서 만족하신다면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공주는 그런 할아버지에게 후한 상을 주었어요. 할아버지는 그 상을 받지 않으려 하며 못 이긴 체하다 그 상을 받았어요. 그리고는 궁중을 빨리 빠져나와 도망을 가듯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요.
공주는. 즉시 그 금빛이 번쩍번쩍 나는 황금새를 황금 그물로 만든 황금 새장 안에 넣었어요.
새장 안에 황금새가 들어가자 공주를 모시고 있는 신하들이 황금새와 황금 새장을 부러워하며 한 마디씩 했어요.
“공주마마, 황금새가 눈에 부셔요.”
“공주마마, 황금 새장과 황금새가 너무 잘 어울려요.”
“그렇구나. 나도 일생에 이런 황홀한 순간이 올 줄을 몰랐다.”
신하들이 황금 새장 앞에 서서 공주의 비위를 맞추느라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았어요. 어떤 신하는 황금빛 날개의 새를 보고 신기해서 황금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두 손을 모아 절을 하기까지 했어요.
공주도 그 황금새를 보고 무척 만족해하며 얼굴에 함박꽃 같은 웃음을 피웠어요. 공주는 아주 흐뭇한 웃음을 머금고 신하에게 말했어요.
공주가 결심을 한 듯 신하들에게 무거운 한마디 말을 했어요.
“내가 약속한 대로 여태까지 가두어 둔 궁중에 있는 새장의 모든 새들을 저 푸른 숲 속으로 날려주어라.”
신하들은 공주의 말을 듣고도 선 듯 실행에 옮길 수 없었어요. 궁중의 나무마다 걸린 새장의 그 귀한 새들을 일시에 날려 보낸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아니했어요. 그 새를 모으기 위해 공주가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요.
“공주님이 어떻게 모은 새들인데 그 귀한 새들을 날려 보내다니!”
신하들은 공주의 성미를 아는지라 지체할 수가 없었어요. 공주는 자기가 한 말을 듣지 않으면 무척 심한 역정을 내는 사람이었어요.
새장 담당 신하는 공주의 명령대로 그 많은 새장의 문을 활짝 열어, 갇힌 새들에게 자유를 주어 모두 푸른 숲으로 날려 보내었어요. 공주의 방 근처 나무의 새장에서 그렇게 지저귀던 새들이 일시에 날아가 버린 공주의 궁전은 조용하기보다 오히려 적막하기까지 했어요.
다음 날 아침이었어요.
황금 새장을 돌보던 담당 신하가 숨을 헐떡거리며 공주에게 달려왔어요.
“공, 공주님! 크- 큰일 났어요.”
“아침부터 무슨 큰일이라고 그러냐?”
“그, 그, 어제 들여온 황금새가 깃털이 빠지고 흉측스러워졌어요.”
“뭐라고? 황금새가? 깃털이 빠지고 흉측스러워졌다고?”
공주가 놀라서 숨을 헐떡거리며 새장 앞으로 달려갔어요.
“아니 이럴 수가? 그 찬란한 황금빛의 새가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흉측스럽게 변하다니? 어떻게 하지?”
“공주님, 새를 목욕시키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자. 그게 좋겠다. 새가 어디 멀리서 이 궁중에 왔으니 피로했을 것이다.”
신하들은 공주의 급한 성미를 아는지라 서둘러 따뜻한 물을 준비했어요.
공주는 자기가 필요로 하는 몇몇 신하만 남기고 모두 그 자리에서 물러가게 했어요.
공주가 조심스럽게 그 황금새를 깨끗이 목욕시켰어요.
공주가 황금새를 목욕시키고 부드러운 수건으로 깨끗이 닦으며 황금새를 찬찬히 살펴보고 깜짝 놀랐어요. 신하들과 공주는 목욕시킨 황금새를 보고 분노해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황금 새는 까마귀에 황금 칠을 한 것이었어요.
공주는 크게 노해서 몸을 부들부들 떨며 가까이에 있는 신하에게 엄하게 명령했어요.
“지금 즉시, 황금새를 가져온 영감을 잡아오도록 하여라.”
신하는 병정들을 풀어 그 할아버지의 사는 곳을 탐문하여 잡아 오도록 엄하게 명령했어요.
공주는 까마귀가 들어 있는 그 새장을 처분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어요.
다음 날이었어요.
할아버지를 잡으러 갔던 병정이 그 가쁜 숨을 헐떡거리며 공주 앞에 공손하게 말했어요.
“공주 마마, 그 영감은 이미 다른 나라로 도망을 가버려서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뭐라고? 다른 나라로 도망을 가버렸다고? 괘씸한 지고?”
“공주마미 진정하십시오.”
그날부터 공주는 분을 이기지 못해 화병에 걸려 끙끙 앓으며 병석에 드러눕게 되었어요. 공주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어 갔어요. 온몸의 열이 불덩이 같고 밤에는 잠자리에서 헛소리까지 하더니,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공주가 하늘나리로 가버렸어요.
공주가 하늘나라에 가서도 무척 외로웠어요.
공주가 하늘나라에서 황금빛 새장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어요. 공주의 영혼은 황금빛이 번쩍이는 그 새장을 잊지 못해 하늘나라 이곳저곳을 떠돌며 괴로워했어요. 그 공주의 넋은 황금 새장의 장식과 닮은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열망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기만 했어요.
‘아! 내가 두고 온 그 황금빛 새장.’
‘아, 나의 영혼이 황금 새장 같은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고 싶어.’
공주의 영혼은 울먹이며 하늘의 신에게 빌었어요.
‘신이여, 나를 그 번쩍이는 황금 창살을 닮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게 해 주소서. 새들의 울타리가 되어 그들과 함께 놀고 싶습니다.’
하늘의 신은 공주가 매일 울며 매달리다시피 하자, 불쌍했어요. 그렇게 휘황찬란한 궁궐에서 부족함 없이 살던 공주가 이렇게 울먹이며 매달리는 것이 무척 측은했어요.
‘그래, 알았다. 황금 새장 창살을 닮은 꽃으로 피어나게 해 주마. 이제 세상으로 나가 한 송이 꽃으로 피면 허황된 꿈을 버리도록 하여라.’
하늘의 신은 공주를 불쌍하게 여겨 공주의 영혼을 황금 새장 창살을 닮은 꽃으로 피어나게 해 주었어요.
다음 해 이른 봄이 되었어요.
공주의 영혼은 그녀가 살던 뜰에 황금 새장 창살과 흡사한 꽃으로 피어났어요. 작은 꽃봉오리가 가지마다 다닥다닥 가득히 피어 봄 햇살에 화사하게 황금빛으로 빛이 나는 꽃이지요. 우리가 말하는 샛노란 ‘개나리꽃’이에요.
오늘도 공주의 영혼은 개나리꽃으로 피어나서 그 황금 새장에 기를 새를 찾고 있어요. 그 개나리꽃에 새를 가두어 놓고 새소리를 듣고 싶은 욕심을 버리리지 못했어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봄 햇살에 황금 새장을 닮은 샛노란 개나리꽃이 가득히 피어도 새가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았어요.
“새들이 개나리꽃에는 날아가지 않는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은 공주의 영혼이 개나리꽃과 새들을 생각했어요.
“왜 그럴까? 저 예쁜 개나리꽃에 새들이 한 마리도 날아들지 않네?”
“왜 그럴까?”
“참 이상해!”
요즘도 새가 개나리꽃나무에는 앉지 않는다고 해요. 참으로 이상하지요.
개나리의 꽃말 : ‘희망’, ‘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