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은 천하의 명산이기에 그 이름도 4계절 따라 다르게 부르고 있지요. 봄이면 파릇파릇 신록, 울긋불긋 산꽃이 피어 산이 움찔거릴 듯한 금강산, 여름이면 풍요한 자연의 품에 안기는 그 넉넉함으로 하여 봉래산, 가을이면 오색단풍으로 하여 풍악산 그리고 겨울에는 눈 쌓인 개골산이라 하지요.
금강산은 기기묘묘한 바위 조각 작품으로 이루어진 1만 2천 봉의 기암들, 바위 절벽들과 그 절벽이 이루어내는 깊은 계곡들, 그 계곡 아래 맑은 물이 고이는 담소와 호수들 그리고 절벽과 바위들은 신이 만든 작품입니다. 수정같이 맑은 약수터, 무지개 빛이 걸쳐지는 숱한 폭포들은 인간의 발자국을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이러한 금강산은 크게 외금강, 내금강 그리고 해금강으로 나누어 부르고 있지요. 외금강에는 비로봉, 채하봉, 온전령, 상등봉, 옥녀봉, 집선봉, 세존봉이 있고, 내금강에는 월출봉, 일출봉, 차일봉, 백마봉, 촉대봉, 백운대, 석가봉이 있으며 해금강은 금강산의 얼굴빛과 같다 하여 해금강이라고 부르며, 동해안의 모래사장, 암벽, 바위, 자연호수, 하천이 절경을 이르고 있지요. 삼일포, 향로봉 그리고 총석정이 있지요.
금강산의 입구 온정리 마을 앞산이지요. 그 앞산에서 아름답고 기기묘묘한 금강산 하늘을 날고 있는 매가 있었어요. 금강산의 산신령이 오늘도 매 한 마리를 훈련시키고 있어요.
산신령은 평범한 시골 사냥꾼으로 변장을 하고 금강산 온정리 마을 앞산에서 매를 훈련시켰어요. 매가 하늘을 날다 토끼, 사슴을 보면 아주 빠르게 날아 내려와 콱 찧어서 날았어요. 그런데 그 사냥꾼은 아직 한 번도 토끼나 사슴을 잡아먹거나 다른 사람에게 파는 일이 없고 산에 그대로 풀어주곤 했어요.
금강산 골짜기 온정리 마을의 이야기이지요.
금강산의 온정리는 금강산 유람을 하게 되면 제일 처음 출발하는 곳이지요. 이 마을에서 골짜기로 들어가면 금강산의 기기묘묘한 바위들, 맑은 물이 고이는 담소들이 하나씩 선을 보이기 시작하지요.
이 아름다운 온정리 마을에 아주 욕심이 많은 공씨 성을 가진 지주가 살았어요. 그는 온정리 마을의 모든 밭과 논이 자기의 소유로 되어 있는 아주 욕심쟁이 부자였어요.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그 지주의 논밭을 농사지어주고 소작살이를 하여 일정량의 곡식을 받아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런 부자이면서 어떤 물건, 재산에 대한 욕심은 나이가 들수록 더했어요. 무슨 물건이 마음에 들고 그것이 돈으로 벌이가 될 수 있는 것이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소유로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그 마을의 모든 논, 밭이 모두 그의 소유로 되어있고, 그의 집에 가면 큰방, 작은방에는 도자기, 금은보화가 가득했어요.
그런 그에게 재미있는 정보가 귀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마을에서 그 지주의 귀가 되어주는 ‘꾀꼬리’라는 농부가 지주에게 말을 했어요. 마을 사람들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가장 먼저 지주의 귀에 넣어 준다고 마을 사람들은 그 사람을 ‘꾀꼬리’가 불렀어요.
“어르신, 신기한 매가 마을에 왔습니다. 사냥꾼이 매를 시켜 산의 노루, 토끼들을 마음대로 잡아오게 한답니다.”
“뭐라? 매 사냥? 지금 어디 있느냐?”
욕심쟁이 지주는 꾀꼬리를 데리고 사냥꾼이 있는 마을 앞산으로 갔어요. 과연 꾀꼬리가 말한 대로 늠늠한 사냥꾼이 매를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어요. 욕심쟁이가 사냥꾼의 매 사냥을 보니 정말 신기했어요. 사냥꾼이 휘파람을 ‘회이익’ 불면 매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금세 토끼를 물어왔어요.
“와- 저 매만 한 마리 있으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겠구나.”
욕심쟁이 지주는 그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꼭 그것을 자기의 손에 넣고 마는 사람이지요. 그 사냥꾼에게 접근하여 간절한 목소리로 자기 집에 초대를 했어요. 사냥꾼을 집으로 초대한 욕심쟁이는 맛있는 음식 한 상을 차려 후하게 대접을 했어요.
“매를 가지고 사냥을 한지 얼마나 되는가요?”
“그냥 일생 동안 매 사냥으로 살고 있지요.”
“오늘 나랑 깊은 산으로 가서 매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요.”
“그러지요. 이 마을의 가장 큰 부자이신 지주님께서 원하신다면 흔쾌히 가지요.”
사냥꾼과 욕심쟁이 지주는 아주 깊은 산으로 매사냥을 갔어요. 매사냥이 들었던 대로 대단했어요.
사냥꾼이 매를 향하여 휘파람을 ‘휘이익’ 불자, 매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금세 노루 한 마리를 물고 왔어요. 이어 토끼, 사슴 등을 물고 왔어요. 꿩, 비둘기도 물고 왔어요. 신기한 것은 사냥꾼이 부자가 보는 앞에서 매가 잡아온 짐승들을 모두 숲속으로 살려주는 것이었어요.
욕심쟁이 지주는 대번에 그 매를 자기 것으로 사들이고 싶었어요. 욕심쟁이 지주는 마음속으로 계산을 했어요.
‘저 매만 내 것이 된다면 산으로 들로 다니며 사냥을 하여 돈을 얼마든지 벌일 수 있겠구나.’
지주는 그 사냥꾼을 집으로 데리고 가서 아주 귀한 대접을 하고 간절하게 매달렸어요.
“그 매를 나에게 파시오. 돈은 넉넉하게 드리지요.”
사냥꾼은 아주 싱긋이 웃으며 여유롭게 대답을 했어요.
“나도 평생 저 매 한 마리로 살고 있소. 매가 내 재산의 전부요.”
욕심쟁이 지주는 그럴수록 더 욕심이 생겼어요. 무엇을 주고라도 매를 자기 소유로 사들이고 싶었어요.
“천 냥이면 어떻소. 이 마을에서 천 냥을 가진 사람이 없을 것이오.”
사냥꾼을 욕심쟁이 지주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천천히 무게 있게 말했어요.
“나는 돈 같은 것은 필요 없소. 단지 땅문서 같은 것이라면 몰라도.”
욕심쟁이 지주는 매를 사는 일이라면 무엇을 주고도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어, 마음속으로 재산을 계산해 보았어요.
‘이 마을의 논밭 문서를 다 주고 매를 사드라도 그 매를 가지고 사냥을 하면 몇 년 안에 그 본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욕심쟁이는 큰마음을 먹고 사냥꾼에게 크게 한 마디 했어요.
“좋소. 그 매를 나에게 넘기시오. 이 마을의 모든 논밭 문서를 당신에게 넘기고 매와 바꾸겠소.”
사냥꾼은 자기가 바라는 대로 일이 성사된다고 생각했는지 빙그레 웃으며 매의 증서를 주고 지주로부터 그 마을의 모든 땅문서를 받아내었어요.
지주는 매의 증서가 자기 손에 들어오자,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 품에 들어온 것처럼 얼굴에 웃음이 벙글벙글 했어요.
그날 밤이 되었어요.
금강산 마을의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떴어요. 큰 곰자리 작은 곰자리 등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별들이 총총히 떠 있는 금강산 마을은 소쩍새 소리가 마을에 날아들었어요.
그 마을에 쏟아지는 별빛을 받으며 한 그림자의 사나이가 집집마다 싸리문을 열고 주인을 만나 무언가를 전하고, 귓속말로 긴밀하게 속삭이고는 빨리 나와 다른 집으로 가서 또 싸리문을 흔들어 주인을 불렀어요.
사나이가 싸리문을 열고 주인에게 무언가 소곤거리고 종이 문서 같은 것을 한 장 주면 그 주인은 사나이의 손을 잡고 펑펑 흐느끼고 울었어요.
사나이는 그런 사람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다짐을 받았어요.
“절대로 이 문서를 지주에게 빼앗겨서는 아니 됩니다.”
사나이는 그렇게 말을 하며 마을 집집마다 돌아다녔어요.
다음날 아침이 되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만나는 사람마다 표정이 밝고 화안한 웃음이 얼굴에 가득했어요. 서로가 눈치를 보고 말을 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엄청난 기쁜 일이 있는 것이었어요.
그 마을 사람들 중에 정직하고 바른 소리 잘하는 남자 몇몇이 어느 사랑방에 몰래 모였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절로 말이 터져 나왔어요.
“어제 저녁에 사냥꾼 그 양반이 우리 마을의 모든 논밭 문서를 본래의 주인 앞으로 돌려주었다고 해요.”
“절대로 이 문서를 지주에게 빼앗기지 마라라 라고 신신 당부했지요.”
“아암, 절대로 지주에게 논밭 문서를 돌려주지 말아야지.”
“그렇지. 지주의 문서는 이미 사냥꾼에게 다 주고 매와 바꾸었으니, 우리와는 상관이 없지요.”
마을 사람들은 단단하게 마음을 먹었어요. 절대로 논밭 문서를 지주에 빼앗기지 말자고 손을 잡고 굳게 약속을 했어요.
한편 땅 문서를 몽땅 사냥꾼에게 넘긴 지주는 서운한 생각에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스스로 위로를 했어요.
“괜찮아, 매를 가지고 사냥을 2년 정도만 하면 그 사냥을 한 짐승을 판돈으로 다시 문서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다음날 아침나절 일찍 지주는 머슴들을 데리고 금강산 깊은 골짜기로 사냥을 나갔어요.
금강산 골짜기에 다다른 지주는 머슴들을 적당한 장소에 배치를 했어요. 매가 짐승들을 사냥하여 물고 몸부림을 치며 머슴들이 빨리 달려가서 그 짐승을 묶을 수 있도록 단단히 훈련을 시켰어요.
지주는 떨리는 마음으로 시야가 확 트인 산마루에서 휘파람을 불며 매를 공중으로 날렸어요. 매가 산 위에서 빙빙 몇 바퀴 돌더니 뜻밖에도 ‘휘-익’ 외금강 쪽을 향하여 멀리 날아가 버렸어요.
지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어쩔 줄을 모르다가 머슴들을 향하여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어요.
“빨리 흩어져 혹시라도 매가 짐승을 사냥하여 몸부림치면 그 짐승을 묶어 오너라.”
머슴들이 숨을 헉헉거리며 온정리 마을 뒤의 금강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매의 흔적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어요. 머슴들과 지주는 점심을 굶어가며 온 산을 뒤졌지만 짐승이나 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어요.
해가 저물어지자, 지주는 지친 다리를 끌며 실망에 찬 얼굴로 머슴들을 데리고 산을 내려왔어요. 그들은 하루 종일 지친 얼굴로 터벅터벅 마을로 내려왔어요.
그때였어요.
누군가 아주 큰 소리로 외쳤어요.
“지주님, 저기 앞산 바위 봉우리를 보세요. 매가 날개를 접고 앉아 쉬고 있어요.”
모두들의 눈길이 앞산 바위 봉우리를 쳐다보았어요.
“와! 매가 바위 봉우리에 날개를 접고 앉아 있네.”
실망에 차 있던 그들의 손과 발에 힘이 솟았어요. 모두가 힘을 내어 그 봉우리를 향해 힘차게 뛰어올랐어요. 지주는 너무도 반가움에 있는 힘을 다하여 머슴들의 앞장을 서서 달려 올라갔어요.
지주가 누구보다 빨리 앞장을 서서 숨을 헐떡이며 매가 있는 커다란 바위 봉우리 앞에 닿았어요. 머슴들이 줄을 지어 헐떡거리며 그 뒤를 따라 올라갔어요.
지주가 매가 앉아 있는 바위 아래에 오자, 지주는 너무 반가워 팔목을 올려 매가 자기 팔목에 앉으라고 크게 휘파람을 ‘휘-익’ 길게 불렀어요.
그 순간 참으로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지주의 긴 휘파람 소리가 ‘휘-익’ 울리자, 그 순간 매가 수십 배의 풍선처럼 커지더니 커다란 ‘바위 매’가 되어 우뚝 바위 봉우리에 앉아 있었어요.
지주와 머슴들은 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바위로 변한 매를 바라보기만 했어요. 모든 것을 잃은 허탈한 심정으로 바위 매 앞에서 쓰러질 것같이 힘이 빠졌어요.
지주, 머슴들은 얼빠진 사람처럼 바위로 변한 매를 바라보고 있다가, 금강산에 어둠이 내리자, 모두가 지친 다리를 끌고 마을로 내려왔어요.
그날 밤 지주는 한 숨의 잠도 자지 못하고 방에서 뒹굴었어요. 그렇게 며칠을 시름시름 앓다가 하늘나라로 가버렸어요.
그날 바위로 굳어진 매가 날개를 접고 금강산 첫 입구인 온정 마을 뒷산에 커다란 바위 위에 날개를 접고 보초병처럼 서 있다고 해요. 바위매가 금강산 입구에 있는 높은 바위에 앉아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굽어보며 무언가 소곤거린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