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가야읍 말산리
세상이 원칙대로 움직인다면 두말 할 것 없이 편리하고 좋겠지만 그러하지 않다. 때로는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즉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닌데도 잘못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선의로 다른 사람을 도와줬는데 오히려 도와준 사람에게 범죄자로 몰리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당연히 본인을 구해준 사람에게 최소한의 감사 인사를 전하긴 못할망정 오히려 생사람을 가해자로 떠넘기는 건 상상조차 못할 일이고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또 여기에 수사기관의 미숙함도 한 몫 거드는데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에게 범인을 잡았습니다.라고 하면서 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면 수사기관의 권위가 피해자의 모호한 기억에 영향을 미쳐서 수사기관이 지목한 피의자를 범인이라고 보는 기억 수정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심지어 목소리, 연령, 체격, 얼굴이 매우 차이가 큰 경우에도 피해자의 기억이 고쳐져서 완전히 사건과 무관함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사건도 있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는 다른 증거들보다도 피해자의 증언이 우선시 될 수 있기 때문에 알리바이나 다른 증거가 있다고 해도 누명을 벗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수사기관도 피해자의 증언이 있으므로 범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아주 운 좋게 진범이 따로 잡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벗어날 방법이 없다. 설상 누명을 벗는 경우라 하더라도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는 게 전부라 정말로 억울함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無罪推定의 原則)이라는 게 있다. 판사의 판결에 의해 죄가 인정되기까지는 죄가 없는 사람으로 간주해 아직 확실한 증거도 없고 기소가 되어 피의자 신분도 아닌데 경찰이 그런 발언을 해 아무런 죄 없이 유치장에 끌려갔다가 죄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범죄로 몬 사람은 무고죄로 고소당할 뿐 아니라 경찰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해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쉽지가 않다. 단독으로 본인이 직접 고소장을 써 고소를 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을뿐더러 설상 고소를 해서 만약 이기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많은 수모와 비용, 시간에 비해 배상금이 월등히 적다는 게 문제가 돼 다시는 이같이 더럽고 지저분한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