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3-09-27 12:22

  • 오피니언 > 황진원 칼럼

‘못난이’ 사랑

기사입력 2023-02-14 17:20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황진원 논설위원

양자(陽子)가 송()나라로 가서 어느 여관에 묵게 되었다. 여관 주인은 두 첩이 있었다. 한 여자는 미인이었고 또 한 여자는 못생긴 편이었다. 그런데 미인보다 못생긴 여자가 주인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양자가 그 까닭을 묻자 여관 주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좀 잘생긴 여자는 제 스스로 잘생긴 것을 자랑하기 때문에 나는 도리어 싫증이 납니다. 못생긴 여자는 스스로 못생긴 것을 알고 겸손하고 착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그녀에게 마음이 더 끌립니다.” 그 말을 들은 양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타일렀다. “잘 난 것을 뽐내지 않으면 어디를 가나 남들로부터 사랑받을 것이다.”

중국의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말이 있듯이,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 겉모습이 좋으면 보는 사람의 마음도 그쪽으로 끌리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래서 사람은 좋은 옷을 입고 화장도 하며, 물건일 때는 예쁘게 포장도 한다. 그런데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오히려 수수하고 소박한 모습 때문에 상대방의 점수를 얻는 경우가 여기 있다.

지난달 27일 김건희 여사는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과 오찬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는 윤석렬 대통령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윤 대통령이 솔직하고 정이 많다면서 윤 대통령이 추운 날 다 해진 잠바를 입은 걸 보고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이튿날 한 참석 의원은 어느 매체와의 통화에서 당시 윤 대통령이 솜이 다 빠져 홀쭉해진 잠바를 입고 김건희 여사를 만나러 왔다고 하더라그런 모습이 소탈해 보였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 과장의 직책까지 맡고 있는 52세 노총각이 처녀를 처음 만나는 태도로서는 상식 밖의 초라한 모습을 보인 것이 오히려 김건희 여사의 환심을 산 것이 신기하다.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양주 수도권 청년 콘서트 행사에 참석했다. 그 곳에서 신발을 벗던 중 구멍 난 양말을 노출시키고 말았다. 그 며칠 후 어느 라디오 프로에 출연한 그는 부끄러워서 보여 주고 싶지 않았지만 관중의 강력한 요구에 할 수 없이 (다시) 보여줬다면서 사실은 해진 양말이라고 정정하여 말했다. 진행자가 “2017년에도 구멍 난 양말을 신은 사진이 있더라면서 원래 양말이 그렇게 해져있냐고 묻자, “그런 양말이 많다. 나는 양말이 구멍이 나야 버린다고 답했다. 이어 이렇게 아껴서 1,500억을 기부했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의 구멍 난 양말 노출은 절약하는 부자’, ‘기부하는 부자의 이미지로 더욱 굳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충북도의 못난이 김치도 이채롭다. 겉모양이 못생긴 배추를 김치로 만들어 파는 것이다. 배추농사 하는 농민들이 좋은 배추만 팔다보니 절반 이상은 버린다고 한다. 이것을 버리지 않고 못난이 김치를 만들었다. 이것은 충북 김영환 도지사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그가 4년 전 농사를 지으면서 버리는 배추를 보고 못난이 김치를 고안했다. 시중 김치 가격보다 값도 훨씬 싸서 계약 물량만 200톤을 넘길 정도로 인기가 있고, 일본, 미국, 베트남에 수출도 한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장돌뱅이 도지사라고 말한다. ‘장돌뱅이 도지사못난이 김치가 잘 어울린다.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먹고 살기에 부족한 듯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부족한 듯한 외모, 자신의 생각에 반밖에 되지 않는 명예, 남과 겨누어 한 사람에게는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연설을 했을 때 듣는 사람의 반 정도만 손뼉을 치는 말솜씨다. 모두가 완전하지 못하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애써 채우려 하지 말자. 그 자리는 저절로 행복이 채워질 것이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