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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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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쌀뜨물로 왜구를 물리친 백정봉 전투

기사입력 2023-02-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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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골짜기 통천 마을의 이야기입니다.

고려시대 왜구 천여 명이 배를 타고 동해 바다를 거쳐 통천 마을에 쳐들어왔어요. 통천 마을을 지키는 군사들로서는 그 많은 왜구와 싸우는 것이 여러 가지로 불리했어요, 군사의 숫자, 무기 등이 왜구들을 당해 낼 수가 없었어요.

고려군을 지휘하는 통천의 대장은 일단 금강산 골짜기 어느곳으로 피하여 다시 전술을 짜서 왜구와 싸우기로 결정을 했어요.

그는 고려 군사들을 모아놓고 명령했어요.

우리는 금강산 백정봉의 험한 산세가 있는 곳으로 옮겨서 다시 전술을 짜기로 한다. 신속하게 백정봉 험한 산속에 들어가 잠복하기로 한다.”

고려군은 일사불란하게 통천에서 가까운 금강산 백정봉 골짜기로 진영을 옮겨서 왜구들과 싸울 준비를 했어요.

왜구들의 전초병이 고려군의 상황을 파악하여 그들의 대장에게 보고했어요. 고려군사가 금강산의 백정봉 골짜기로 옮겨서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왜구들은 더 빨리 고려군을 추격했어요.

왜구들은 신속하게 움직여 백정봉 아랫마을에 까지 뒤따라왔어요.

왜구의 대장이 백정봉 아랫마을에서 백정봉 골짜기를 바라보았어요. 골짜기의 경사가 심하여 감히 그곳으로 따라 올라 갈 수가 없었어요. 백정봉에 잠복 하고 있는 군사의 숫자도 잘 모르고, 더구나 골짜기의 험준한 바위길 뒤에 용감한 고려군들이 매복이라도 서 있을 것 같았어요.

왜구의 대장은 천여 명이나 되는 왜구들을 백정봉 아래쪽에 있는 넓은 냇가에 진지를 구축하여 전투준비를 했어요.

백정봉 정상에 진지를 구축한 고려군은 냇가에 자리를 잡은 왜구를 내려다보았어요. 천여 명의 군사들이 질서 있게 자리를 잡아 막사를 설치하는 모습이 손바닥처럼 내려다보였어요.

백정봉에 지휘소를 설치한 고려군의 대장은 장수회의를 준비했어요. 다섯 장수들이 모두 긴장된 얼굴로 대장의 막사로 모였어요. 대장이 장수들을 모아 놓고 그들 앞에 백정봉 주변의 지도를 펴놓고 무겁게 입을 열었어요.

우리는 군사가 숫자적으로 왜구보다 열세이다. 또 무기도 저들보다 부족한 편이다. 여러분의 좋은 계략을 듣고 싶다.”

다섯 명의 장수가 모두 서로의 눈을 바라볼 뿐 어떤 작전을 내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한 장수가 어렵게 작전을 내었어요.

제 생각은 야간 전투를 하는 것입니다. 밤에 불화살을 그들의 막사 위로 수없이 쏘아 올려 그들이 혼란한 틈을 타서 그들의 막사에 불을 지르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곳 지리에 밝지 못해서 불화살로 갑자기 쳐들어가면 무척 당황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때를 노려서 그들을 습격하는 것입니다.”

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씩 했어요.

그 작전 참으로 기발한 작전이오.”

그때 대장이 그 작전을 더 깊이 생각했어요.

그 작전이 참 좋긴 한데, 만약에 그 작전을 해서 우리들에게 불리한 것은 없을까?”

대장이 작전에 대한 걱정스런 말을 하자, 장수중에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그 작전이 참으로 좋습니다. 그런데 지금이 늦은 가을입니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모두가 바싹 마른 나뭇잎들로 산을 덮고 있습니다.

그 불화살 중에 한 개라도 우리 진영에 떨어지면 우리가 있는 이 골짜기는 모두 불바다가 됩니다.”

그 장수의 말이 있자, 모든 장수들이 깜짝 놀라며 그 말에 깊은 걱정을 함께 했어요.

왜구들보다 우리가 더 위험해.”

다섯 장수들은 밤이 늦도록 작전을 의논 했지만 어떤 작전 하나가 잡히지 않아 모두가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일어났어요. 장수들의 회의가 끝나자, 내일 다시 작전회의를 하기로 하고 장수들은 각자의 막사로 돌아갔어요.

대장이 잠을 자지 않고, 혼자서 백정봉 지도를 펴놓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그때, 조금 전 작전 회의에서 불화살 작전을 내었던 장수가 눈빛을 반짝이며 들어왔어요.

아니? 자네 밤이 깊었는데? 자지 않고?”

대장님, 막사로 돌아가다가 작전 생각이 떠올라 왔습니다. 대장님 막사에도 아직 불을 끄지 않아서.”

어허, 역시 자네는 장수로서 대단한 자질이 있군. 어서 오게나. 말해보게나.”

그 장수는 대장만 들을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대장은 그 장수의 말을 듣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 피어오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어요.

자네 작전대로 하지. 되었네. 내일 장수들을 모아 지시 하겠네. 철저한 비밀로 하게나.”

대장은 기발한 작전을 말한 장수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아주 만족했어요. 서로가 눈빛으로 그 작전을 비밀로 하자고 단단히 마음을 잡았어요.

다음날 아침나절이 되었어요.

어제 모였던 장수 다섯 사람이 모여 앉았어요. 오늘은 대장이 만면에 웃음을 가득히 머금고 말했어요.

장수들은 내 명령을 듣고 한 치의 착오 없이 하기 바라오. 만약에 어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장수와 담당 병사는 군법에 의해 처단하겠소.”

대장의 엄한 명령이 내려지자, 장수들은 대장의 말을 듣고, 아주 엄숙한 자세가 되어 작전을 기다렸어요.

대장은 백정봉의 지도를 펴고 작전 설명을 했어요.

1장수는 부대원을 이끌고 우리가 위치해 있는 백정봉 뒷마을에 가서 극비밀리에 백토와 횟가루를 여러 포대 준비해 오시오.”

1장수는 이 전쟁 통에 횟가루를 무엇에 쓰려고 그러는지 묻고 싶었지만 모든 것이 철저한 비밀이기 때문에 입을 꾹 다물었어요.

2장수는 부대원을 이끌고 저 아래로 내려가서, 냇가 상류에 매복해서 내가 지시할 때를 기다리시오.”

3장수는 부대원을 이끌고 백정봉 골짜기의 작은 봉우리마다 짚으로 봉우리를 덮으시오.”

4장수는 부대원들을 인솔하여 짚으로 덮은 봉우리 근처에서 연기를 모락모락 많이 피어오르게 하시오. 산불을 특히 조심하시오.”

5장수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백정봉 중턱에 매복해 있다가 나의 지시를 따르시오.”

대장의 명령이 엄하게 내려지자, 장수들은 부대원들을 이끌고 자기가 맡은 장소로 가서 역할을 준비했어요.

백정봉 높은 봉우리 한 가운데에 태양이 걸렸어요. 점심때가 조금 지났을 무렵이지요.

1부대원들이 백토와 횟가루를 등에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냇가 상류에 도착했어요.

기다리고 있던 제2부대원들은 그 백토와 횟가루를 받아서 냇물에 풀기 시작했어요. 병사들이 횟가루와 백토를 냇물에 풀자, 그 넓은 냇물이 부옇게 흐려져서 아래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어요. 그 일을 병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했어요.

잠시 후, 왜구들의 진영에 급한 보고가 왜구의 대장에게로 전달되었어요.

대장님, 이상합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여태까지 많은 전투를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백정봉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두 뿌옇게 되어 내려옵니다.”

뭐이라? 백정봉 골짜기 쪽에서 내려오는 냇물이 뿌옇게 되어 흘러내려온다고? 혹시 무슨 약 냄새라도 나더냐?”

전혀 그런 냄새는 맡지 못했습니다.”

왜구의 대장은 이상한 사태를 만나자, 이게 어떤 징조인지 가슴이 쿵쿵 뛰었어요.

왜구의 대장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사병 한 사람을 급히 불러서 지시를 했어요.

너는 지금 즉시 마을로 달려가 마을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할아버지를 한 사람 데리고 오너라. 정중하게 모셔라.”

왜구의 대장은 몇몇 장수들을 불러 허연 빛깔의 냇물이 흐르는 것에 대해서 의논을 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어요. 오랜 전쟁을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 당하는 일이라 이것이 길조인지 흉조인지 무척 조심스러웠어요.

얼마 후, 수염이 허연 할아버지가 병사에게 안내되어 왔어요. 왜구의 대장은 그 할아버지에게 아주 정중하게 말을 했어요. 물론 조선말을 할 줄 아는 병사가 통역을 했지요.

할아버지, 지금 냇물이 뿌옇게 흐립니다. 이 마을에 종종 이런 일이 있었나요?”

할아버지는 아주 진지한 자세로 냇가에 내려가서 뿌옇게 흐린 물을 손에 받아서 입에 넣어 맛을 보았어요. 냇물을 맛보는 할아버지의 머릿속에는 아주 깊은 생각이 흘렀어요.

으응, 이것은 백토와 횟가루 맛인데..... .’

할아버지는 아주 깊은 생각을 하며 백정봉 골짜기 봉우리를 자세히 바라보았어요. 봉오리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횟가루 맛, 백토 맛? 백정봉 골짜기의 저 연기? ’

할아버지 머릿속에는 복잡한 생각이 이리저리 줄을 그었어요. 할아버지는 왜구의 대장 앞으로 가면서 일부러 아주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어요.

대장님, 오늘 이 냇가에 흐르는 희뿌연 물은 저가 이 마을에 오래 살았지만 처음입니다.”

그래요? 그래 희뿌연 물은 왜 그렇소?”

할아버지는 짐짓 아주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저 희뿌연 물은 누군가 냇가 상류에서 쌀을 씻는지, 쌀뜨물 같습니다. 저기 산에 보십시오. 봉우리마다 밥을 짓느라고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어요.”

대장의 얼굴이 파래지며 아주 험한 말투로 다시 물었어요.

뭐라고? 쌀을 씻는 쌀뜨물? 만약에 거짓이면 당신 목을 칠 것이다.”

대장의 입에서 나오는 무서운 소리를 듣자, 할아버지는 가슴이 뜨끔했지만 아주 태연하게 말했어요.

, 처분대로 하십시오. 저는 본 대로 말한 죄밖에 없습니다.”

여봐라, 저 늙은이를 가두어라.”

할아버지는 병사들에게 묶여 끌려가면서도 태연하고 늠늠한 모습이었어요.

잠시 후, 왜구의 대장은 장수들을 불러 모아 긴급 장수회의를 했어요.

보다시피 저 냇물이 쌀을 씻는 쌀뜨물이라면 백정봉에는 엄청난 군사가 매복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한 치라도 헛점을 보이면 산에 매복하고 있는 군사들이 쳐내려올 것이다. 시간이 급하다. 모두 퇴각을 할 준비를 하라.”

왜구들이 주둔하고 있는 막사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모든 병사들이 막사를 철수하고 장비를 말에 싣고 바닷가본부로 후퇴하려고 서둘렀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그들이 있는 막사 위로 불화살이 수도 없이 오르고 여기 저기서 펑펑하는 폭음까지 터졌어요. 왜구들의 진영이 갑자기 아수라장이 되었어요. 대장도 없고 사병도 없고 서로 살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어요.

그 순간 백정봉 아래에서 난데없는 북소리가 쿵쿵쿵 무섭게 울리며 많은 군사들이 와- 함성을 지르며 화살을 비 오듯 날리며 공격해왔어요.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왜구의 진영으로 고려군이 칼, 창을 휘두르며 용감하게 전쟁을 했어요. 왜구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몇 명 남지 않은 왜구들이 바닷가에 있는 자기네 본부로 달아나기 시작했어요.

왜구들이 황급히 달아나자, 왜구들의 막사들이 불 속에 활활 타 올랐어요. 그런 왜구들의 빈 막사 한 곳에서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나왔어요.

허허 왜구 녀석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금강산의 정기가 서린 이곳 백정봉을 감히 너희 놈들이... .”

할아버지는 고려군의 대장을 만나 훌륭한 작전을 칭찬하러 갔어요. 할아버지가 고려군의 대장을 만나자, 왜구 대장과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했어요.

왜구들이 허연 쌀뜨물에 혼이 나서 달아나는 모습이 후련했어요. 그 놈들이 나를 막사에 가둘 적에는 정말 가슴이 콩닥이었어요.”

할아버지의 재치 있는 말이 우리의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 입니다. 왜구들이 혼쭐이 나서 도망을 쳤네요. 할아버지, 참 잘하셨습니다.”

고려군 진영 여기저기서 전쟁에 이긴 고려 군사들의 함성이 불꽃처럼 와! ! 터져 나왔어요.

백정봉 아래 들판에는 온통 불꽃이 축제처럼 평, 평 터졌어요.

군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흔들렸어요.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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