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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7 12:22

  • 오피니언 > 고분군

엄마 손은 약손

기사입력 2023-02-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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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많지 않던 시절, 어쩌다 아프게 되면 밤새 끙끙 앓다가 새벽같이 일어나 경보로 달리 듯 가거나 드문드문 오는 차를 애타게 기다려야만 했다. 콜택시 부르면 되지? 콜택시는 커녕 버스조차도 정해진 시간이 되어야만 오던 시절, 위급하면 마을에서 그나마 용하다는 어르신을 찾아 증세에 대한 처방을 듣던 것이 고작이던 시절, 그보다 더 급하면 어르신 콧구멍에서 힘차게 뿜어서 나오는 김을 쐬어 김에 바늘 끝이 소독이라도 된 양 그 바늘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은 따서 피를 나오게 하던 시절... 외상으로 인한 상처에는 고약이 만병통치약이었다. 고약의 성분에 송진 이 있어 끈적거림이 있고 피부에 밀착되는 것이 특징이다. 손가락에 침을 퉤퉤 거리며 조금 떼어 낸다. 팥알크기 만큼 떼어 내면 손가락에 들러붙지 않게 하려고 다시 침을 발라가며 상처의 크기에 따라 넙적하게 편다. 피자집에서 숙성된 반죽덩이를 밀고 펴고 돌리는 동안 넓게 되는 것처럼 고약을 피부에 붙이기 전에는 넓게 펴는 것이 일차적이 작업이었다. 상처 크기만큼 넓혀진 다음 척 갖다 붙이고 얇은 천으로 덮어 긴 끈으로 동여매어 떨어지지 않도록 해둔다. 고약은 상처 속의 균을 배출시켜 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지금의 재생파스 역할과 매우 흡사하다. 상처에 붙은 고약은 색깔이 변한다. 아무는 정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고 때마다 바꾸어 붙이기를 반복하는 동안 상처는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 상처가 아물었으나 그 자리는 쭈글거리거나 원래피부와는 다른 색으로 오랫동안 남아 상처의 흔적을 남긴다. 그와 달리 긁히거나 벗겨진 외과적 상처에는 빨간 약(아까징끼)이 특효약이며 만병통치약이었다. 아까징끼는 일본말처럼 들리지만 원조는 더 이상 올라가야 하고 외국에서 가져온 약이 일본을 거처 우리나라까지 전해지며 아까징끼라고 부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머큐롬이나 포비돈요오드로 이름이 바뀌면서 각종 상처 소독에 기본적으로 사용되었다. 일회용 밴드가 등장하기 전까지 찰과 상에는 아까징끼가 특효약이었다. 배가 아파도 머리가 아파도 베인 곳, 긁힌 곳, 멍들어도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었던 빨간약, 일회용 밴드가 등장하기 전까지 모든 가정, 학교의 상비약이었다. 일회용 밴드를 붙이기 전 포비돈 요오드 사용을 하기도 하지만 밴드를 붙이기 전 상처 난 곳에 먼지나 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차원에서 필수로 사용하고 밴드를 붙인다. 아까징끼도 고약도 가정상비약으로 갖추지 못하던 때 가장 좋은 약은 할머니의 손이었다. 아픈 곳을 마사지하듯 문지르고 다정한 말로 위로를 하는 동안 손끝에서 전해지는 열기와 사랑 가득한 말로써 아프던 곳은 그야말로 씻은 듯 나아버리고 아이는 골목대장노릇 하러 뛰쳐나간다.

할머니의 손이 그리운 지금, 고약도 빨간 약도 재생파스보다도 할머니의 다정스러운 말, 아픈 곳까지 침투해 버려 낫게 해주는 것 같은 할머니의 사랑이 가득한 말이 너무나 그리운 지금이다.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어묵파티 하고 이미 잘 진행되고 있는 급식장에서 판드는 놀이보다 국민의 상처가 무엇인지 파악하라. 할머니의 손 같은 어루만짐을 펼쳐라. 아이의 아픔에 가슴 졸이던 엄마의 심정을 읽어라.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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