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에서 노래를 가장 많이 부르는 시기를 말한다면 연말(年末)이나 연시(年始)가 될 것 같다. 직장도 그렇고 모임도 그렇고 연말이면 송년회(送年會), 새해가 시작되면 신년회(新年會)를 갖는 경우가 많다. 모이면 한 잔 하고 한 잔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으면 노랫소리가 나온다. 옛날이면 그 자리에서 부어라 마시라고 하면서 젓가락 장단에 맞추어 니나노 판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오늘날에는 ‘노래방’으로 연결된다. 노래방에선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놀면 된다. 그것이 우리의 노래 문화다. 제대로 노래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는 필자는 노래방에 가면 우두커니 앉아 노래방 모니터 화면만 쳐다보고 있다. 노래 가사 하나 하나에 감탄할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의문이 생기는 글귀가 나타나 어리둥절할 때가 종종 있다.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어느 작가의 ‘대폿집 애창곡’ 노래 가사를 설명한 글이 실려 있었다. 노래 ‘오동동 타령’은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로 시작된다. 여기서 ‘오동추’는 무엇이며 ‘오동동’은 어디를 말하느냐에 대한 설명이었다. 작가는 ‘오동추’는 사람이름이고 ‘오동동’은 여수 ‘오동도’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오동추야’는 오씨 성을 가진 사람을 부르는 말이 아니란다. ‘오동추야(梧桐秋夜)’가 되어 ‘오동잎이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밤’을 말한다고 했다. 오동동은 어디인가. 작가는 마산의 ‘먹자골목’이라 말한다. 즉, 마산의 ‘오동동’이다. 이것은 ‘오동동 타령’을 부른 황정자 가수의 증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 유명한 마산 ‘오동동’이 ‘오동동 타령’의 본거지라는 것이 너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또 ‘신고산 타령’의 ‘신고산’이 산 이름이 아니고 고을 이름이라고 말한다. 함경북도 ‘원산’ 부근에 ‘고산’이란 고을이 있었다. 경원선 철도가 개통되고 고산 외곽에 기차역이 생겼다. 역 부근에 새로 생긴 마을이 ‘신(新)고산’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신’ 띄우고 ‘고산’이 된다.
이처럼 음악은 철저한 박자 수에 따라 노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띄어쓰기에 혼동이 생겨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배호의 노래 ‘돌아가는 삼각지’의 첫 부분에 적힌 가사를 그대로 옮기면 ‘삼각지로 타리에’로 시작된다. 이것은 ‘삼각지로’와 ‘타리’로 들린다. ‘로’는 조사로 보면 되는데 ‘타리’는 무엇인가. ‘삼각지’ 모두 박자가 같다보니 ‘삼각지로’로 붙여 노래한다. ‘삼각지’에서 ‘지’가 두박자만 되어도 ‘삼각지 로타리에’로 노랫소리는 들릴 것이다.
채규엽 가수가 부른 ‘희망가’의 첫 부분은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로 시작된다. 이것 역시 ‘이풍진’ 세 음절 모두 박자수가 같아서 ‘이풍진 세상’이 된다. 무엇이 이풍진 세상인가. 글로써 정확히 쓰면 ‘이’ 띄우고 ‘풍진 세상’으로 되어야 이해할 수 있다. ‘풍진(風塵)’은 ‘세상에 일어나는 어지러운 일이나 시련’을 말한다. 이것 역시 ‘이’의 박자가 상대적으로 길었다면 한결 가사의 이해가 쉬웠을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노래 제목도 있다. 현철의 노래 ‘아미새’는 첫 부분 노래 가사와 같은 ‘아름답고 미운 새’로, ‘낭랑 18세’의 ‘낭랑’은 ‘밝고 맑고 활달하다’는 뜻으로 보면 될 듯하다. ‘진또베기’는 ‘풍어를 기원하는 민속놀이’ 정도로, 중국노래 ‘첨밀밀(甛蜜密)’은 ‘꿀처럼 달콤하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정확한 음정, 박자에 풍부한 감정까지 넣어 부르는 가수의 노래도 가사를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철저한 음정과 박자의 통제로 발성, 억양, 장단 등이 대화체와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말은 생각을 모두 나타내지 못하듯이 노래도 품은 뜻을 모두 나타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