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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1 15:45

  • 오피니언 > 황진원 칼럼

헷갈리는 노래 가사

기사입력 2023-01-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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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에서 노래를 가장 많이 부르는 시기를 말한다면 연말(年末)이나 연시(年始)가 될 것 같다. 직장도 그렇고 모임도 그렇고 연말이면 송년회(送年會), 새해가 시작되면 신년회(新年會)를 갖는 경우가 많다. 모이면 한 잔 하고 한 잔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으면 노랫소리가 나온다. 옛날이면 그 자리에서 부어라 마시라고 하면서 젓가락 장단에 맞추어 니나노 판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오늘날에는 노래방으로 연결된다. 노래방에선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놀면 된다. 그것이 우리의 노래 문화다. 제대로 노래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는 필자는 노래방에 가면 우두커니 앉아 노래방 모니터 화면만 쳐다보고 있다. 노래 가사 하나 하나에 감탄할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의문이 생기는 글귀가 나타나 어리둥절할 때가 종종 있다.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어느 작가의 대폿집 애창곡노래 가사를 설명한 글이 실려 있었다. 노래 오동동 타령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로 시작된다. 여기서 오동추는 무엇이며 오동동은 어디를 말하느냐에 대한 설명이었다. 작가는 오동추는 사람이름이고 오동동은 여수 오동도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오동추야는 오씨 성을 가진 사람을 부르는 말이 아니란다. ‘오동추야(梧桐秋夜)’가 되어 오동잎이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밤을 말한다고 했다. 오동동은 어디인가. 작가는 마산의 먹자골목이라 말한다. , 마산의 오동동이다. 이것은 오동동 타령을 부른 황정자 가수의 증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 유명한 마산 오동동오동동 타령의 본거지라는 것이 너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신고산 타령신고산이 산 이름이 아니고 고을 이름이라고 말한다. 함경북도 원산부근에 고산이란 고을이 있었다. 경원선 철도가 개통되고 고산 외곽에 기차역이 생겼다. 역 부근에 새로 생긴 마을이 ()고산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띄우고 고산이 된다.

이처럼 음악은 철저한 박자 수에 따라 노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띄어쓰기에 혼동이 생겨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배호의 노래 돌아가는 삼각지의 첫 부분에 적힌 가사를 그대로 옮기면 삼각지로 타리에로 시작된다. 이것은 삼각지로타리로 들린다. ‘는 조사로 보면 되는데 타리는 무엇인가. ‘삼각지모두 박자가 같다보니 삼각지로로 붙여 노래한다. ‘삼각지에서 가 두박자만 되어도 삼각지 로타리에로 노랫소리는 들릴 것이다.

채규엽 가수가 부른 희망가의 첫 부분은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로 시작된다. 이것 역시 이풍진세 음절 모두 박자수가 같아서 이풍진 세상이 된다. 무엇이 이풍진 세상인가. 글로써 정확히 쓰면 띄우고 풍진 세상으로 되어야 이해할 수 있다. ‘풍진(風塵)’세상에 일어나는 어지러운 일이나 시련을 말한다. 이것 역시 의 박자가 상대적으로 길었다면 한결 가사의 이해가 쉬웠을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노래 제목도 있다. 현철의 노래 아미새는 첫 부분 노래 가사와 같은 아름답고 미운 새, ‘낭랑 18낭랑밝고 맑고 활달하다는 뜻으로 보면 될 듯하다. ‘진또베기풍어를 기원하는 민속놀이정도로, 중국노래 첨밀밀(甛蜜密)’꿀처럼 달콤하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정확한 음정, 박자에 풍부한 감정까지 넣어 부르는 가수의 노래도 가사를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철저한 음정과 박자의 통제로 발성, 억양, 장단 등이 대화체와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말은 생각을 모두 나타내지 못하듯이 노래도 품은 뜻을 모두 나타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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