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자 문화부장
공산품에는 반드시 유통기한을 표기한다. 요즘은 제조일자. 생산자. 검사자. 출고일과 시간까지 세밀하게 표기가 되어있다. 표기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생산일자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이 드문 시대가 되었다. 믿고 사는 가장 큰 신뢰도는 상품 겉포장의 상태다. 인기도가 높은 상품은 다음날을 넘기지 않는다. 입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순식간에 동이 나버리기도 한다. 포장상태가 양호하지 못하거나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으면 스쳐지나가고 외면해버리게 되므로 포장은 상품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포장은 멋들어지지만 내용물이 좋지 못할 때는 그 상품은 외면당하고 만다. 포장도 좋은데다가 내용물까지 좋으면 그 상품은 구매당사자 뿐 아니라 입소문을 타고 상품에 대한 광고가 광고비 없이 퍼져나가게 되는 샘이다.
행사와 축제, 혼례와 기념일을 위해 전문적인 음식을 만드는 이로 부터 선물을 받았다. 아주 작은 상자, 상자 속에 또 다른 예사롭지 않은 포장, 그 포장에 매료되고 말았다. 선물 상자를 들대의 짐작으로 외관을 더듬어 보았을 때 프라스틱 제품이 아니라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속 포장을 푸는 순간 놀라움이 터졌다. 보물단지인지 꿀단지인지 발효효소단지인지 영양식 분말단지인가를 전혀 가늠할 수 가 없었지만 분명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손으로 들기에는 조심스러움이 밀려오는 묵직함, 상자 속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비단결 같은 고급스러운 천으로 감싸지고 리본처럼 묶여진 항아리였다. 고급스러운 천과 리본, 은은한 항아리, 그대로 진열을 해두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네 가닥의 리본 모양을 조심스레 풀고 고급스러움을 간직한 항아리가 은은한 빛을 살포시 드러내는 것을 들었다. 궁금증이 손을 바삐 움직이게 하였다. 뚜껑을 열자 군침을 돌게 하는 밑반찬이 윤기 자르르한 양념 속에 얌전히 있었다. 얼른 맛을 본다. 금새 지은 하얀 쌀밥위에 올려 먹으면 그 맛이 천하일미 이겠지만 밥이 없어도 먹어도 될 만큼 입맛을 사로잡아버렸다. 그야 말로 보물단지였다. 항아리를 감쌌던 천은 코트를 입을 때 목을 감싸주는 머플러로 재활용을 했다. 전혀 손색이 없는 멋을 드러내어주었다. 은은한 빛을 드러내는 항아리는 진열장의 한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공산품이 아닌 반찬종류는 공산품보다 유통기한이 짧다. 고급스런 포장과 만든 이의 정성이 함께한 것이 맛의 품격을 더 높여준다. 상품은 저마다의 유통기한을 기다리며 출고가 되면서 서둘러 소비자의 손으로 옮겨지고 빠르게 소비가 될 때 좋은 상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유통기한이 되지 않아도 폐기해야 할 것들이 있다. 위정자들의 모습이다. 고급스럽지도 않고 내용이 알차지도 않고 군침을 돌게 하는 자르르한 양념도 없다. 엉성할 뿐만 아니라 알차지도 않은 채 타 상품을 공격하는 일에만 몰두한다. 소비자가 안심하게 되고 신뢰를 하게 되며 믿고 사는 사회가 되는 바른 길은 하나다. 알찬 내용물이 되어 유통기한이 되기 전에 구매자는 환호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환호 받는 상품은 소비자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