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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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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취이모(勿取以貌)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말라

기사입력 2022-05-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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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숙(본지 기자)









내게는 똑똑하고 예쁘게 생긴 중 1년 손녀와 꽤 괜찮게 생긴 초 4학년짜리 손자가 있다. 녀석들 어릴 땐 그저 예쁘고 멋있는 옷이면 이웃에게 물려 입혀도 대만족이었다. 나름 물려 입힌 옷이 어울리기도 했고 아이들 또한 개의치 않는 것 같아 시골 장터 좌판에서 부지런히 사서 입혔더랬다.

오랜만에 만난 녀석들이 **매장으로 가잖다. 태어나 처음 가보는 중저가의 매장, 아니 그동안 수십 번 매장 앞을 기웃거렸을 녀석들 눈에는 **표만 보이는 가보다. 매장 귀퉁이 철 지나 80% 할인이라 붙어 있는 곳에서 하나씩 골라 입고 매장 큰 거울 앞에 서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흠뻑 취해 행복한 표정이다.

매장을 나와 사람들 사이로 겅중겅중 뛰며 옷 자랑에 바쁜 녀석들. 내 눈에는 **옷 아니어도 이쁘고 멋있기만 한데 그 옷이 그렇게 입고 싶었어?’

이튿날 온라인수업 시간 손자놈 신났다. “애들아 나 **옷 샀다!” 화면 가득 옷 자랑에 내 입은 어찌나 쓰던지.

물취이모(勿取以貌)

옛날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살피라는 어명을 받은 암행어사 나무꾼으로 변장하여 고을을 다니며 살피던 중 목이 말라 물을 얻어먹고자 둘러보니 마침 부잣집 앞이라 이런 부잣집이면 허기도 채울 수 있겠다 싶어 대문을 두드리며 이리 오너라.” 소리쳤다.

하인이 문을 빼꼼 열고 암행어사 위, 아래를 훑어보며 무슨 일이요?” “내 지나가는 나무꾼인데 목이 말라 그러니 시원한 냉수 한 사발 얻어 마실 수 있겠소?” “나무꾼 주제에 양반 말투를 쓰고 그러시오? 기다려보시오.” 퉁명스레 쏘아 대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부잣집 주인 영감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내다보는 물음에 하인 자초지종 설명하니 나무꾼님이 목이 마르시다니 바가지 가득 퍼다 드리거라.” 하인이 바가지 가득 담긴 물을 내오자 고맙소.” 하고 암행어사 손을 내밀자 암행어사에게 냅다 물을 끼얹는지라.

아니 이게 무슨 행패요? 부잣집 인심이 고작 이 정도란 말이요?” “이놈아, 나무꾼이면 나무꾼답게 머리를 조아리고 물을 구걸해도 줄까 말까인데 건방지게 양반 말투로 물을 달라느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봉변을 당한 암행어사 관복을 차려입고 부잣집으로 다시 가서 이리 오너라.” 주인 영감 버선발로 뛰어나와 안으로 모셔 진수성찬을 차려왔다.

암행어사 앞에 놓인 음식과 술을 들더니 옷에다 들이붓는 게 아닌가? “이 상의 음식과 술은 사람을 보고 차린 것이 아니고 내 옷을 보고 차린 것이니 옷이 먹어야 마땅하지 않겠소? 사람은 다 같이 귀하거늘 나무꾼 옷을 입었다고 천한 대접을 하고 관복을 입었다고 귀한 대접을 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 해서는 아니 될 행동이오.” 주인 영감 무릎을 꿇고 죽을죄를 용서해달라고 빌고 빌었단다

 

내복 차림의 화상통화가 왔다. 내복을 입은 녀석들이 이쁘게 보이는 것은 입은 옷이 그리 중요하지 않아서이다. 지난달 부모의 직장으로 전학을 하게 된 녀석들에게 친구들 많이 사귀었어?” 미주알고주알 염려의 말이 끝이 없다. 이 녀석들, 아니 우리의 아이들이 물질 만능의 시대 부한 자의 쓰임에 따라 품격이 달라지는 외모 편협으로 부당한 일을 겪지 않길 간절함으로 기도한다.

 

내 형제들아 영광의 주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너희가 가졌으니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 야고보서 21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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