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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蛇足)을 그려 넣고 떠난 문재인 정권

기사입력 2022-05-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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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청와대에 일자리 전광판까지 설치해 놓고 출범한 문 대통령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동안 청와대는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오히려 청년 일자리는 줄어 자화자찬(自畵自讚 : 자기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함)’이란 말만 난무했다. 청와대가 말만 하면 언론에서는 자화자찬이란 뒷말이 따라 다녔으니 어느 말이 옳은지 알 수 없는 혼돈의 시대 5년이었다.

그림을 그려 놓으면 남이 좋은 평가를 해 주어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 5년을 돌이켜 보면 청와대에서 그린 그림은 자화자찬 아닌 게 없었다. K방역을 비롯하여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북한문제, 외교안보, 교육 등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심지어는 집값 폭등에 국민이 아우성을 쳐도 집값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쉽게 고개를 끄덕여 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뚜렷한 실적을 말하라면 선뜻 떠오르는 게 없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에 몇 년째 입을 막고 살아가다 보니 국민의 생활은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자영업자의 애로가 컸다. 그러나 천재지변으로 여기며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아갔다. 권불십년이라 했는데 5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국민은 국민의힘으로 정권을 바꿔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다. 수년째 기성을 부리던 코로나도 잠잠해져서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새로운 물결이 용솟음 치고 있을 때다.

민주당은 지난 53,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건국 이래 74년간 유지돼온 형사 사법제도의 골간을 송두리째 뜯어고치는 내용이다. 국민의 60%가 반대하고 야당은 물론, 검사, 변호사, 교수, 시민단체, 심지어는 진보진영의 양심적인 인사까지 반대하는 검수완박을 민주당은 정의당과 합세하여 거대 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180석의 민주당과 정의당에 100여 석의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이었다. 그야말로 민주당에서는 민주가 없고,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고, 국민의힘에서는 이 없는 형세였다. 무수한 반대를 무릅쓰고, 수정과 수정을 반복해 가며 공청회 한번 갖지 않고, 온갖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가면서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통과시켰다. 참으로 졸속한 과정이었다. 이제 의지할 곳은 문 대통령의 거부권 밖에 없었다. 기대할 곳에 기대를 해야겠지만, 민주당의 행태가 너무 지나치다 보니, 문 대통령의 양심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53, 국무회의 시간을 오후로 늦춰가며 검수완박을 의결함으로써 검수완박의 여정은 끝이 났다. 임기 말에다 법의 중요성을 봐서도 윤석열 새 대통령에게 일임해도 될 것을 그렇게 성급하게 추진한 것은 큰 오점이 아닐 수 없었다. 문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6일 전이고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7일 전이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있다. 용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린다는 뜻으로 가장 요긴한 부분을 끝내면서 완성하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문 대통령에게 화룡점정과 같은 거창한 끝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는 눈동자만 그리면 용이 될 만큼 거창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두사미(龍頭蛇尾) 정도는 바랐다. 용머리에 뱀 꼬리다. 처음 시작은 그럴 듯하나 끝은 시원치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임기 말에 검수완박을 손대지 않았다면 최소한도로 용두사미 정도는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은 가장 악수(惡手)를 썼다. 화사첨족(畵蛇添足)이다. 이것은 없는 뱀의 발을 그려 넣어 그림을 망치는 것이다. 안 해도 되는 일을 해서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 그는 검수완박이라는 사족(蛇足)을 그려 그의 마지막 인식만 흐리게 했다. 떠나는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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