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20대 대통령 선거를 하고 20일이 되었다. 벌써 세상이 온통 달라진 것 같다. 윤석열 당선인은 아직 취임식도 하지 않았지만 날마다 새로운 정책을 쏟아낸다.
현재까지 알려진 굵직굵직한 내용만 봐도 청와대의 집무실 이전ㆍ민정실 폐지ㆍ특별감찰관실 부활 등이 있다. 외교와 안보 면에서는 한미관계 강화, 한일관계 개선으로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고, 중국 및 북한과의 관계도 전 정부와 많이 변화된 부분이 보인다. 교육관계도 많이 바뀔 것 같고, 국방ㆍ경제는 물론 부동산ㆍ세제 등에서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선자 측이 밝힌 인사원칙에 의하면, 보여 주기 식 및 서열 안배 인사는 지양하고 능력과 성과중심 인사로 전환하며, 무엇보다 나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는 인사 원칙이 크게 달라진 부분으로 보인다. 또 “크고 작음의 규모와 관계없이 일 잘하는 정부, 능력 있는 정부를 지향한다.”는 것도 특색으로 보인다. 이런 철학은 앞으로 공무원 사회의 인사 원칙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당선자가 선거운동을 할 때 신문 광고물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더 낮은 자세로 따르겠습니다.” 실제 그가 선거운동을 할 때도 이 말을 많이 했다. 이 말의 실천은 선거 벽보에서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철거 하고 없지만, 그 때 선거관리 위원회에서 부착한 선거 벽보 13명의 후보자 중에서 윤석렬 당선자의 얼굴모습이 가장 낮게 위치하고 있었다. 다른 인물은 자신의 얼굴을 부각시키기 위해 벽보의 위쪽으로 상반신 얼굴을 실었지만 윤 당선자는 벽보 윗부분에서 공간을 제법 남겨놓고 아랫부분에 얼굴이 실려 다른 후보자보다 작고, 낮아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보였다. 이제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대통령이 되었다. 낮은 자세로 국민 대하는 모습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윤석열 당선자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은 ‘공정’과 ‘상식’이다. 이 말은 그가 후보 때부터 끊임없이 쓰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들으면 귀가 솔깃해진다. 힘 있고 돈 있고 많이 배웠다고 특혜를 누리면 공정이 아니다. 정상이 비정상으로 되면 상식이 아니다. 도덕, 윤리, 정의, 양심, 진실, 원칙, 순리, 이성, 옳은 것 등을 앞세우면 그게 공정이요 상식이다. 법치도 마찬가지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면 법과 도덕을 잘 지키며 바르게 사는 사람이 손해다. 법망을 피해가면서 요령껏, 눈치껏, 약삭빠르게 사는 사람만 편하게 살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공정과 상식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덧붙여 윤석열 당선자에게 한 가지만 말하고자 한다. 정직한 정부를 바란다. 국가 또는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국가의 수치다. ‘금도끼 은도끼’와 ‘양치는 소년’은 거짓말의 폐단을 말해 주는 동화다. 이것이 어릴 때부터 배워 온 거짓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다. 하물며 국가나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서 되겠나. 우리의 자녀는 어른의 행동을 본받으며 자란다. 국민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본받는다. 정직하게 국정을 펴고 잘못이 있을 때 정직하게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어 주길 바란다.
당선자는 아직 대통령 취임을 40여일 남겨놓고 있다. 대통령을 놓고 현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의 말싸움도 심하다. 0.73% 근소한 표차로 당락이 갈리다 보니 여당과 진보 쪽에서 당선을 과소평가를 하는 것도 야당과 보수 쪽에선 부담이다. 여당과 진보 쪽의 억울함은 이해한다. 그러나 어쩌겠나. 다수결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대통령 취임 후 국회의 여소 야대도 험난한 국정을 예고하고 있다. 양쪽 모두 기선(機先)잡기에 혈안이다. 잘못되면 국민만 피해자다. 잘 지켜보라. 6월 1일 지방선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