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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1 15:45

  • 오피니언 > 황진원 칼럼

교수들의 사자성어

기사입력 2021-12-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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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교수신문에서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에서 또 한 해가 끝나 감을 느낀다. 2021년의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란다. 옛날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가게에서 갖가지 예쁜 연하장 카드가 전시되는 것이 연말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 자취는 감춰지고 해마다 교수 신문이 연말을 알리는 전령역할을 한다. 이것은 2001년부터 시작되었다. 매 년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여 그 해 한국사회를 반영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하는 것이다.

첫해, 2001년에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 선정되었다. 5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는 뜻으로 방향의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말한다. 2002년에는 이합집산(離合集散), 2003년에는 우왕좌왕(右往左往)이었다. 2004년에는 당동벌이(黨同伐異). 이것은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뜻이 같은 무리끼리는 서로 돕고 그렇지 않은 무리는 배척함을 말한다. 2005년에는 상화하택(上火下澤)으로 위에는 불, 아래는 연못이라, 서로 배반하고 분열함을 뜻한다. 2006년에는 밀운불우(密雲不雨)로 조건은 되나 아무 일도 안 되는 답답함이다. 모두가 한마디로, 끼리끼리 모이고 방향도 없이 무리 지어 행동하며, 남의 의견은 무조건 배척하는 사회다.

2007년에는 자기기인(自欺欺人)으로 자신도 믿지 않는 말로 남까지 속인다는 뜻이다. 2008년은 호질기의(護疾忌醫), 문제가 있어도 남의 충고를 듣지 않는 것이고, 2009년에는 방기곡경(旁岐曲逕)으로 일을 순리대로 풀지 않음을 말한다. 2010년은 장두노미(藏頭露尾), 2011년은 엄이도종(掩耳盜鐘)으로 나쁜 일을 하고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함을 말한다. 여기는 믿든 말든 남을 속이고 거짓으로 포장하며, 일을 순리대로 풀어가지 않는 등 비양심적으로 살아감을 말하고 있다.

2012년은 거세개탁(擧世皆濁)으로 온 세상이 다 흐리다는 뜻이고, 2013년은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인데 권세로 윗사람을 농락한다는 뜻이다. 2015년은 혼용무도(混庸無道)로 잘못된 정치로 나라가 어지럽다는 뜻으로 어수선한 나라 형편을 말한다. 2016, 군주민수(君主民水)는 물, 즉 백성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고 하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앞둔 불안한 정국을 대변하고 있다.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2018년 임중도원(任重道遠)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적폐청산과 막중한 책임을 부여하는 보기 드물게 비교적 긍정적인 느낌이 풍긴다. 그러나 20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란 한 쪽이 없어지면 공멸한다는 뜻과 2020년 아시타비(我是他非)란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신조어 사자성어까지 만들어 정국의 잘못을 비판하기도 했다.

교수들이 해마다 선정하여 발표하는 사자성어는 과연 우리나라의 최고 지성인다운 안목이 있다. 사자성어 묘서동처(猫鼠同處)2021년까지 이르렀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것은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와 유사한 점이 많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 된다. 국민 경제만 발전하면 국가의 발전이라 말할 수 없다. 그에 걸 맞는 국민의 의식 수준도 발전해야 한다. 전체적인 경향은 어떤가.

20178년을 제외하고는 이건 사람 사는 사회가 아니다. 비도덕적, 반칙이 판을 치는 사회다. 어느 사자성어를 오늘날에 갖다 대도 어색하지 않다. 답보 아니면 퇴보다. 제일 큰 책임은 위정자에게 있다. 대학교수도 뒤에 가서 잘잘못을 지적하기에 앞서 바른 정치를 위한 독려에 앞장서야 한다. 국민도 그릇된 정치인을 가려내야 한다. 2022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다. 태평성대(太平聖代)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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