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2022학년도 대입 수능 시험일이 이달 18일이다. 형설의 공을 쌓은 고등학교 3년 과정이 하루 시험으로 결정되다 보니, 수험생은 물론 온 가족이 피를 말린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보면 시험 문항이 쉽게 출제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너무 쉬워도 변별력이 없어 적절한 선에서 쉽고 어려운 정도를 정해야 하니 그 고충이 크다. 이때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이 ‘난이도’이다. 이것을 더 자세히 말하면 ‘문항 난이도(이하 난이도)’가 된다. 이 말은 누구든지 쉽게 쓰지만, 바르게 이해하면서 말하고 대답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아 보인다. 그 올바른 쓰임을 알아보고자 한다.
난이도(難易度)는 ‘어려울 난(難)’과 ‘쉬울 이(易)’라는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지닌 두 어근이 합쳐진 낱말이다. 이것은 마치 ‘높낮이’, ‘유불리’처럼 서로 반대의 개념이 하나의 낱말로 되어 있어, 엄격히 표현 하면 ‘난ㆍ이도’라는 표현이 옳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다고 하면 쉬운 것을 말하는 것인지 어려운 것을 말하는 것인지 누구나 간단히 묻고 대답할 성질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시험문제에서, 어느 정도 쉽고 어려운 것인가를 의미하는 난이도를 산출하는 공식은 ‘정답자의 수/집단의 사례 수 × 100’이다. 공식은 아주 간단하다. 이것은 어떤 한 문항을 놓고 집단의 정답자 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 총 50명의 학생이 시험을 쳤다. 시험지 A 문항에서는 정답자 수가 30명이었다. B 문항에서는 정답자 수가 10명이었다. AㆍB 문항 중 어느 문항이 더 쉬운 문항인가? A 문항을 공식에 대입하여 난이도를 구하면 30/50×100=60%가 된다. 같은 원리로 B 문항의 난이도를 구하면 20%가 된다. 정답자 수의 비율이 높을수록 쉬운 문항이다. 그래서 B 문항 보다 A 문항이 더 쉽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난이도가 높다’고 할 때는 쉽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화자나 청자 모두 난이도의 이해가 충분 할 때 서로 통할 수 있다. 이것은 전문가끼리가 아니면 정확한 소통이 어렵다. 그래서 난이도 자체를 ‘높다’, ‘낮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 것인가. 참고 자료에서 제시한 예를 중심으로 난이도의 바른 쓰임을 알아본다.
먼저 난이도와 관련된 다른 용어부터 알아보자. ‘난도(難度)’는 ‘어려움의 정도’이다. ‘고난도(高難度)’는 ‘어려움의 정도가 매우 크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체조 선수가 ‘고난도’ 기술을 발휘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 외 ‘쉽다’, ‘어렵다’도 있다. 그러면 ‘난이도’의 바른 쓰임을 알아보자.
어느 온라인 참고 자료에서는 “난이도가 높아?”라는 말은 잘못된 질문이라고 말한다. 대신, “난도가 높아?”라는 질문은 맞고, 그 대답이 “응”/“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맞는다고 한다. “난이도가 어때?”라는 바른 질문에, “쉬워”/“어려워”/“수준 높아”라는 대답은 맞고, “높아”/“낮아”라는 대답은 잘못된 말이다. 문항을 말할 때 “고난이도 문항”은 틀렸고, “고난도 문항”은 맞다. “난이도 상, 중, 하”는 틀렸고, “수준 상, 중, 하”는 맞다. “어려운 난이도”보다, “어려운 수준”이 좋다. “역대급 난이도”는 틀렸고, “역대 최고난도”는 맞는다고 자료는 말하고 있다.
모두가 알고 흔히 쓰는 ‘난이도’라는 용어, 알수록 너무 어렵다. 무턱대고 함부로 말하다가는 무식이 탄로 난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렵게 묻고 어렵게 대답하는 말을 피하면 된다. 꼭 ‘난이도’라는 말을 넣는 다면, “난이도가 어때?” 정도로 묻고, “쉽다”/“어렵다” 정도로 대답하면 된다. 서로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 최선의 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