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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7 12:22

  • 오피니언 > 황진원 칼럼

법 따로 현실 따로

기사입력 2021-09-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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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이곳은 상습 흡연으로 인한 민원 다발지역입니다. 모두를 위하여 금연해 주세요.”

그러나 보건소 안내문을 비웃듯 길가에는 담배 연기만 자욱하다라는 어느 신문 기사의 일부분이다. 신문에서는, 금연 지역에서 이 정도니 금연 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곳의 흡연 공해는 비흡연자에게 불쾌함을 넘어 위협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차별화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왜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흡연자의 문제가 가장 크다. 흡연자가 말을 듣지 않으면 엄격한 단속이 있어야 한다. 흡연자와 단속 기관 둘 다 문제다. 곳곳에, 법이고 뭐고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너무 팽배한 것 같다. 필자가 경험한 이와 유사한 다른 사례를 제시해 본다.

필자의 마을 뒷산에 개간하여 일군 손바닥만 한 산밭이 군데군데 있다. 이곳은 불법 경작지라, 붉은 글씨로 된 경작금지라는 팻말이 꽂혀 있다. 그런데도 그 팻말이 밭 가운데 꽂힌 채로 버젓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다. 수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꽂혀 있던 팻말까지 뽑아버리고 자기 밭처럼 농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 뒷산 둘레로 4차선 도로가 연결되어있다. 넓지도 않는 길의 시가지 도로라 교통량이 많고 양쪽 바깥 차선은 주차 차량이 즐비하다. 그래서 불법 주정차 상시단속이란 현수막이 총총 걸려있다. 그러나 주차 차량은 없어지지 않는다. 1년 내내 현수막은 걸려있고 현수막 바로 밑에까지 버젓이 주차 차량은 빽빽하다. 말 그대로 법 따로 현실 따로.

보통,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은 편리하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법을 지키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편리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불법 주차를 하지 않기 위해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야 하고, 골목길에서 세차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돈을 들여서 세차장을 찾는다. 그들은 불편함은 물론 노력과 비용까지 치르면서 정해진 규범을 지킨다. 설령, 단속을 하지 않아도 양심에 어긋나기 때문에 불법을 쉽게 저지르지 못한다. 그러나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불편도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다. 법을 지키는 사람만 억울하다. ‘한비자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초나라의 남쪽 어느 강에서 사금을 훔치는 자가 많았다. 정부는 금령을 내려 체포되면 시장 거리에서 효시(梟示)하겠다고 했다. 효시는 목을 베어 높은 곳에 매달아 놓는 형벌이다. 그래도 사금을 훔치는 자가 줄지 않았다. 시체가 강물을 막을 정도였다. 효시보다 더 무거운 형벌이 없는데도 계속 도둑질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이렇다. “천하를 갖는 대신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면, 누구도 천하와 목숨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죄를 지어도 체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 아무리 엄한 형벌 앞에서도 범행은 계속된다.” , 죄를 범해도 반드시 발각되는 것이 아니면 사금 도굴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정해진 법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엄격하게 적용돼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단속 기관은 법을 지키도록 강요해 놓고 업무량 폭증을 핑계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람을 일일이 단속하지 못한다. 그런 환경에서는 법을 지키는 사람만 바보취급 받는다. 요령껏 눈치껏 약삭빠른 사람만이 편리한 세상이다.

법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지켜야 할 규범인 동시에 공동생활의 기준이다. 또 타율적ㆍ물리적 강제를 통하여 원하는 상태를 실현하는 강제 규범이다. 똑같이 법을 어겼는데 어떤 사람은 무사하고 어떤 사람은 대가를 치른다면 그것도 공평한 사회가 아니다. 만들어진 법으로 엄포만 놓고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국민의 준법정신만 흐려진다. 엄격하고 공정성이 있으며, 일관성과 지속성 있는 법 집행이 요구된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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