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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 함안단상

장수와 복을 부르는 벽사(邪)의 상징 붉은 원숭이

기사입력 2016-02-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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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중 전 함성중학교 교장
                                                                                                                                                                                          강 형 중

전 함성중학교 교장

 

 

새 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철없던 어린 시절처럼 마냥 들뜨고 즐겁지 만은 않았습니다. 유한적인 삶에 한 살의 나이가 더해진다는 서글픔 때문일까? 아무튼 덧없이 흐르는 세월을 붙잡아 매어둘 수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새 해가 되자 모든 매체마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밝았다며 원숭이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12간지는 음력을 바탕으로 하니 엄밀히 말하면, 병신년은 설날인 2월 8일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야 온전한 원숭이해가 밝아 오는겁니다.

병신년(丙申年)의 병(丙)자가 붉은색을 상징하며, 신(申)은 원숭이를 뜻하므로 올해를 ‘붉은 원숭이해’라고 부릅니다. 삿된 것을 쫓아낸다고 알려진 붉은색은 오행 가운데 화(火)에 해당합니다. 건강과 부귀영화, 창조와 열정을 상징하지요. 원숭이 같다고 하면 ‘남의 흉내를 잘 내는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원숭이는 영리하고 재주가 많습니다. 재빠름은 이뜸이라 나무에 잘 오르는 동물입니다. 그리고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한반도에는 원숭이가 널리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미 강원도 영월, 충북 청주와 단양을 비롯한 구석기 유적지에서 원숭이 뼛조각들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고구려 벽화에도 재주 부리는 원숭이 그림이 있으며, 「삼국유사」에도 신라23대 법흥왕 14년에 불법(佛法)을 위해 이차돈의 목을 베자 하늘이 어두워지며 땅이 진동해 곧은나무가 부러지니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울었다’는 기록도 전합니다.

원숭이하면 요즘아이들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코코몽’을 떠올릴 테죠. 반면에 시니어 세대들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부터 떠올릴 겁니다. 혹은 봉산탈춤에서 인간의 도덕적 위선을 해학적으로 풍자하던 붉은 원숭이의 이미지를 기억하는 분도 계실겁니다. 원숭이는 오랜 역사 동안 우리 민족과 각별한 인연으로 함께 해왔습니다.

동물원에서 새끼를 무릎위에 않혀놓고 쉬지않고 이를 잡아주는 어미 원숭이를 보셨겠지요. 원숭이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모성애’입니다. 자식 잃은 슬픔을 ‘단장(斷腸)의 슬픔’이라고 표현하는건 새끼 원숭이를 잃은 어미 원숭이가 새끼를 찿아 하염없이 헤매다가 마침내 지처 쓰러져 죽고 맙니다. 어미의 배를 갈라보니 견딜 수 없는 슬픔에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합니다.

금년에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원숭이 관련 작품 전시 특별전이 열린다고 합니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 한 해가 또 하나의 나이테가 되어 떠나갈 것입니다. 금년 병신년에는 열정과 영리함, 건강과 장수로 상징되는 원숭이의 정신까지 가슴에 품어 안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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