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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1 15:45

  • 오피니언 > 황진원 칼럼

한글 전용(專用)의 폐단(弊端)

기사입력 2021-06-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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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논설위원 황진원
얼마 전 어느 신문 기사의 내용이다. 수도권에 한 일반고 사회 교사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사회 집단과 일탈이란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 ‘일탈이 뭔가요?” 교사는 다시 질문을 했다. “무슨 뜻일 것 같니?” 그러자 여기저기서 대답이 터졌다. “‘일상 탈출의 줄임말요!”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문맹(實質文盲)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문해력(文解力)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대답하는 학생의 말이 전혀 얼토당토 아닌 말은 아닌 것 같다. ‘일탈을 한자와 병기해서 칠판에 적어 놓고 설명에 들어갔다면 문제는 다르다. 하지만 학생들이 흔히 쓰는 용어도 아닌 글을 한글로 적어 놓고 바른 답을 기대하는 것은 그 답이 교사의 생각과 다르다고 오답으로 단정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와 같이 학생들은 평소 축약어(줄임말)’로 표현한 말도 많이 쓰지만, 무엇보다 우리말에는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가 많기 때문에 한글만으로 표현한 글로 어휘의 바른 이해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평가에 무리가 있다. 신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다른 낱말도 살펴보자.

한 실업계 고교 교사는 취업처에서 도장공(페인트 등을 칠하는 인부)을 모집한다고 해서 취업할 생각이 있냐?’고 했더니 고3 아이들이 태권도 잘해야 하나요?’, ‘도장 파는 건가요?’라고 묻더라라는 말도 있다. 네이버 사전에서 도장이란 말을 찾아보니 20개가 나온다. 모두가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로 된 한자어다. 여기의 취업처에서 말하는 도장(塗裝)’칠할도()’꾸밀장()’으로 나온다. 학생이 물은 태권도 관련은 무예를 닦는 곳이란 설명으로 길도()’마당장()’으로 된 도장(道場)’이다. 그리고 문서에 찍어 약조를 뜻 하는 도장(圖章)’그림도()’글장()’이다. 모두가 사전(辭典)에 있고 학생의 대답과 상통한다. 학생이 무슨 대답을 잘 못 했단 말인가. 묻는 문맥상으로 볼 때는 답은 한 가지라고 말 할런지 모른다. 그 말도 설득력이 없다. ‘도장이란 직업이 도장(塗裝)’ 직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태권도 도장(道場)’도장(圖章)파는 것도 모두 직업이다. 그럼 도장이란 말은 도장(塗裝)’의 뜻만 알고 있으란 말인가. 분명히 신문 기사에서는 한자를 병용해서 학생에게 물었다는 말이 없다. 학생이 무슨 대답을 어떻게 잘 못 했는지 모를 일이다.

어느 중학교 교사는 수학에서 “‘3각형의 내각내용이 나오자 3각형의 각이 세 개인데 왜 내각(네 각의 혼동)이냐?”고 질문을 하더라는 말도 있었다. 이것은 선행학습의 학습 결손으로 보인다. ‘내각(內角)’안내()’뿔각()’이다. 그러니까 3각형의 안쪽의 각을 말한다. 이 용어는 초등학교에서 나온다. 굳이 중학교에서 내각까지 지도할 시간적 여유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는 한자를 접하지 않는다. 한문으로 용어를 이해했다면 그 학생은 잊지 않고 기억했을 것이다.

문해력 결함은 한자학습의 이해 부족에 있다. 왜냐 하면 우리말의 70%가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학습용어도 대부분이 한자어다. 용어(낱말)의 대부분은 한자의 뜻으로 알면 이해가 가능하다. 문제는 한글 전용 교육이다. 초등학교에서는 한자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ㆍ고등학교에서는 한자 시간이 따로 있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한문분야는 도구교과(道具敎科)의 성격이 짙다. 모든 교사가 한자를 알고 모든 학생이 한자를 익혀 학습용어를 한자의 뜻으로 이해하면 문해력 부진 현상은 쉽게 해결될 것이다. 학생의 한자 학습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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