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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3-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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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제철음식예찬

시민기자 이경옥

기사입력 2014-05-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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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우수․경칩을 지나 춘분이 다가오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비는 봄비라기보다 겨울비에 가까워 우리를 움츠리게 만들더니 오늘은 바람마저 포근한 봄이다. 며칠을 더 변덕을 부려야 따뜻한 봄바람이 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식탁에는 벌써 봄내음이 물씬 풍기고 있다, 시장도 활기가 넘친다. 지난 함안 장날은 주말이기도 하고 날씨까지 포근해서일까.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목장이가? 와 이리 사람들이 많노?” 한다.

할머니들이 한바구니 씩 캐온 쑥, 달래, 머위, 냉이가 봄을 느끼게 한다. 다가오는 주말은 덤불속에서 고개를 살짝 내민 오동통한 머위, 아직 솜털을 머금고 있는 봄의 전령사 쑥을 한 바구니 캐고, 지난겨울에 말라비틀어진 도라지 잎의 잔해를 헤집고 땅을 파서 몇 년 동안 땅속에서 죽지도 않고 지난겨울을 잘 견딘 오동통한 도라지를 캐야겠다.

흙을 잔뜩 뒤집어 쓴 도라지를 물로 깨끗이 씻어 반으로 갈라 껍질을 벗기면 결대로 잘 벗겨진다.

아무 생각 없이 껍질을 벗기는데 온 신경을 쓰고 있으면 그 자체로도 즐겁다. 먹기 좋게 다듬어 하룻밤 물에 담가 두었다가 초무침이나 덖어서 나물로 무쳐 먹는다. 머위는 살짝 데쳐서 새콤달콤 초무침이랑, 된장, 마늘, 참기름, 깨소금으로 나물을 해 먹는다, 쑥은 집집마다 해먹는 음식들이 다 다르다.

쑥과 들깨가루, 호박 우거리를 넣고 쑥국을 끓이면 호박 우거리의 단맛이 일품이고, 쑥과 들깨가루, 미더덕을 넣고 끓이면 미더덕이 톡톡 터지는 맛이 일품이라 하고, 쑥과 들깨가루, 조개로 끓이면 맛이 담백하다 하니 선호하는 음식을 선택하면 된다. 봄 음식 중 빠지지 않는 음식이 있다.
 
‘도다리 쑥국!’ 도다리 쑥국은 우리가 담백하다는 맛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도다리 쑥국은 정말 담백하다. 도다리 쑥국의 핵심은 펼떡 뛰는 살찐 도다리를 준비해야 한다. 비늘을 쳐서 깨끗이 씻은 다음 육수 우려낸 물에 된장 한 숟갈 풀고 끓고 있는 물에 도다리를 넣는다.

도다리가 익었을 때 쑥을 넣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하면 도다리 쑥국 완성이다. 쌀뜨물, 된장은 도다리의 비릿한 맛을 잡기 위함이다. 도다리 쑥국의 명성에 비해 요리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누구나 봄의 보양식을 쉽게 준비할 수 있다.

제철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먹을 사람도 없거니와 나또한 제철음식을 꼭 챙겨먹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철음식을 꼭 챙겨 드시는 지인을 만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밥이 보약이고 제철에 나는 음식들을 많이 먹는 것이 보약 먹는 것 보다 훨씬 낫다고. 그 분을 만나서 도다리 쑥국도 만들어 먹고, 호박 우거리 넣은 된장국도 끓여 먹고, 생멸치 사서 조려 먹어도 보고, 미나리와 잔파를 살짝 데쳐서 회로 무쳐 먹기도 하고, 도라지생채로 오징어 넣어 무쳐 먹기도 하고, 의외로 제철음식 챙겨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도 제철음식에 뭐가 있나 생각한다. 이번 3월 30일이 음력으로 그믐인 2월 30일이다. 게가 살이 꽉 찼을 때가 그믐날이다. 그날 시장에서 싱싱하고 튼실한 놈을 골라 딸이 좋아하는 간장 게장을 만들어 봐야겠다. 꽃게가 비싼 것이 흠이지만.

이경옥 기자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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