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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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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출입금지

기사입력 2020-11-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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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래-문화대안학교 교장/본지 논설위원

 

우리나라의 유・무형문화재는 13,326개(2017년 현재 문화재청 등록)이다. 함안은 보물인 대산리 석조 삼존상과 방어산 마애약사여래삼존상 2개를 비롯하여 유・무형의 문화재를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 중에 유형문화재인 보물, 천연기념물(용산리 함안층새발자국산지, 영동리 회화나무, 대송리 늪지식물)과 사적(말이산 고분군, 성산산성), 주세붕 묘소(경남 기념물 33호, 칠서면 계내리)는 야외인 만큼 접근이 쉽다. 그러나 서원이나 정자는 출입이 쉽지 않다,

함안엔 큰 산이 별로 없어서 강변에 정자 문화재가 많다. 남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강변의 찰랑찰랑하는 물결이 고운 군북면 월촌의 와룡정엔 대문이 잠겨 있다. 까치발로 안으로 들여다보면 윤기를 잃은 마룻바닥이 보이고, 담장은 군데군데 허물어져 방치된 폐가를 연상케 한다. 칠북면의 광심정은 함안보가 뒤에 있고, 절벽 아래로 낙동강이 흐른다. 경남 문화재 자료 217호로 용성 송씨 종중에서 소유하고 관리한다. 건물의 상태는 정정하지만 종중의 소유물로의 가치만을 내세우는 듯 굳게 잠겨 있고 담장까지 높아 안을 들여다보기도 힘들다. 대산면 서촌에 있는 악양루는 기암절벽에 기대어 남강과 악양 들판을 바라보고 있다. 빈대떡 신사와 엽전 열닷 냥으로 유명한 한복남 선생이 작곡하고, 가수 윤복희의 부친인 윤부길 선생이 작사한 ‘처녀뱃사공’의 노래비를 보고 길 건너에 있는 악양루식당의 앞에 강을 따라 오르는 길이 있다. 악양루에 걸터앉자 넓은 벌판을 바라보는 마음은 평온하다. 민물고기 요리를 하는 악양루 식당엔 실재 처녀뱃사공의 조카가 운영하고 있어서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서산서원은 세조가 즉위하자 백이산에 은둔해서 산 조려 선생과 나머지 생육신을 제향하는 곳이다. 1703년에 창건하여 1712년 숙종이 서산이라는 현판을 내렸다. 길 건너에는 채미정이 있는데, 어계 조려 선생이 낙향하여 여생을 보낸 곳으로 고사리를 캐 먹으며 지조의 삶을 살았던 백이숙제의 고사를 닮았다하여 채미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저 멀리 백이산이 보인다. 채미정의 북쪽 높지 않은 절벽에 청풍대 문풍루로 오르는 길은 한적하고 언제나 한적하다. 뭉게구름 아래 찰랑이는 갈대를 보면서 마음편한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향사일은 매년 9월 9일이고, 함안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회합과 강의 등 여러 행사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원북의 서산서원은 경남개발공사가 경남의 관광명소로 지정하였고, 주변 관광적 면적이 넓은 편이다. 문화재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안동의 도산서원은 마루에도 걸터앉아 풍광을 감상할 수 있고, 건물 곳곳의 출입이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한학이나 예절 캠프를 하고 있어서 사람의 훈기를 느낄 수 있다. 닫아놓고 특정인만이 주인이 아니라 개방하여 함께 아끼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산청의 예담촌이나 안동의 하회마을, 경주의 양동마을, 순천의 낙안읍성은 실재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을 개방을 하고 있는데, 개방은 훼손이 아니라 존중과 보존을 공감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문화재 출입금지로 보존하겠다는 안이한 판단을 버리고, 개방을 통해 보존과 계승의 가치를 공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오가야 건물이 건강해진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사람이 마당을 걷고 마루에 걸터앉을 때의 진동을 작은 벌레들은 큰 지진과 같은 공포를 느낄 것이며, 그래서 마음 놓고 터전을 잡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는 쉽게 무너진다는 것이다. 단순 개방이 아니라 회의 장소나 야외 결혼식, 백일장 행사 등을 유치하고, 봉사를 자청하는 개인이나 문화재 보호 동아리 단체에 관리를 위탁하는 방법도 있다. 문화재는 납골당처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속에 함께 해야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도 불안하면 그 흔한 CCTV로 24시간 보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추울 때 털을 옷의 안으로 붙일 것인가, 밖으로 붙일 것인가? 최상의 방법은 안팎으로 붙이는 것이다. 업적과 개방은 양면의 털이다. 열면 문화재고 닫으면 납골당이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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