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래-문화대안학교 교장/본지 논설위원
바퀴벌레는 48시간 냉동상태와 물 없이 1일, 먹이가 없이도 몇 달을 생존할 수 있어서 지구 최후에까지 생존할 것이라고 한다. 높은 위기 감지능력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높은 번식률로 인간의 방제로부터 살아남아 있다.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감염되는 박테리아인 페스트는 14세기 중엽 전 유럽에 크게 유행한 급성감염병으로 쥐가 바글거리던 당시라 쉽게 병이 전파되었다. 주로 벼룩에 다리를 물린 후 2~6일의 잠복기를 지나 발열, 호흡부전, 심혈관계 부전 등이 진행하는데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대량으로 사망하게 한 전염병으로 홍역은 기원전 430년에 아테네 인구 1/3을 사망케 했고, 발진티푸스는 러시아 혁명 당시 500만 명의 러시아 군인을 사망케 하였고, 천연두나 콜레라도 인간을 공포에 떨게 한 전염병이다. 이런 벌레나 바이러스는 교통의 발달로 인간 스스로 급속도로 광범위한 전염을 자행한다.
세균 즉 박테리아(bacteria)는 세포 안에서 스스로 자신과 같은 DNA 구조로 번식한다. 이것은 발효 등에 관여하면서 인간에 유익한 균이 더 많다. 25억 년 전 생명체도 없던 원생대에 시아소 박테리아는 물속에 들어가 산소를 분리해 냈다. 그 후 단세포만 있던 세상에 인간과 다양한 생명체를 살게 하였다. 생명체가 죽는 순간 박테리아가 부패와 분해에 참여한다. 반면 바이러스는 세균의 1/1000 크기로 피부나 세포에 자리를 잡는데, 인간에 이로움보다 해로움을 더 많이 준다. 조류나 돼지를 숙주로 한 독감 바이러스, 눈병을 유발하는 아데노 바이러스, 치명적인 질병인 뎅기열을 유발하는 뎅기 바이러스, 식중독을 유발하는 노로 바이러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등이다.
만행은 야만스럽고 무자비한 행위이다. 한쪽은 무장하지 않은 상태인데 흉기로 살상을 자행한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그 예이다. 공격할 의사도 없고, 저항할 능력도 없는데 무차별적으로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최악의 상황뿐만 아니라 작은 비난으로도 상대가 크게 상처를 받으면 만행의 조건에 부합한다. 일제가 양민에게 저질렀던 무자비함, 조선의 역사를 칼로 단절시켜 버린 것으로 우리는 일제의 만행이라는 예문을 완성할 수 있다. 이는 가해자의 의도나 공격의 정도가 아니라 피해자의 상처와 피해의 정도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과학자의 발명품이 인류를 멸망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면 만행의 장본인으로 일부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과학자의 중립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과학자의 선의의 행동도 결과까지 예측하여야 하는 강화된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태풍이나 홍수로 생존환경을 붕괴시키고 수많은 동물과 인간을 살상해도 태풍의 만행이니 홍수의 만행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는 의도를 가졌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바이러스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미친 피해가 크면 만행이라 규정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로 보면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 바이러스를 조종하는 또 다른 주체가 있다면 악마일까?
바이러스의 특성을 보면 숙주동물이 여러 바이러스로부터 감염이 되면 유전자를 재조합하여 변형이 되어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져 버린다. 이러한 변이를 계속하여 마치 수사관에게 체포되기 직전에 변장을 해서 탈출해 버리는 꼴이다. 해결책으로 먼저 숙주동물을 몰살시켜버릴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동물과 공존할 수밖에 없고, 동물의 건강한 생태계를 보장해 주면서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최초의 발생은 동물일지라도 인간이 감염원이기 때문에 인간을 통한 전염경로의 차단하는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이다. 전파확장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목도하면서 감염원 차단을 위해 우리끼리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바퀴벌레가 여전히 번식을 계속하면서 인간의 방역에 도전하는 현실 속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생명과 생존을 휩쓸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따스한 손을 맞잡고 이마가 맞닿을 만큼 가까이 얼굴을 마주보고 미소를 나눌 권리를 보장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