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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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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구룡연 세존 봉 중턱의 배소

기사입력 2020-03-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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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술 논설위원

 

금강산 구룡연 골짜기에는 배를 닮은 작은 연못(배소)이 있어요. 바위로 둘러싸인 구룡연 골짜기의 작은 연못은 흡사 한 척의 배가 떠오다 멈 춘 것 같다하여 ‘배소’라고 부르고 있다 해요.

구룡연 골짜기 세존봉에는 이 배소에 쏟아지는 배소폭포, 부부폭포, 삼형제 폭포가 있는데 이들을 금강산 3대 폭포라고 해요. 이런 배소에 신기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어요.

오랜 옛날에 동해바다 세 신선이 독도에 모여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어요. 독도를 지키는 ‘별’ 신선, 울릉도를 지키는 ‘해’ 신선 그리고 동해바다를 지키는 ‘달’ 신선이 모여 앉아 도란거렸어요.

“나는 독도를 지키고 있지만 이제 좀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나에게 보이는 것이 파도, 들리는 것도 파도소리 뿐이다.”

“나는 우산국(울릉도)을 지키고 있지만 보이는 것이라고 하늘, 들리는 것이라고 바람소리 밖에 없어.”

“나, 달 신선도 마친 가지야. 이 넓은 동해바다에 밤이면 쏟아질 듯 푸른 별들, 낮이면 햇살만 비추는 곳이야.”

별 신선이 불쑥 한 마디 했어요.

“나는 밤마다 하늘의 별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육지에는 우리 바다와는 전혀 다른 볼 것이 많다고 하더라.”

“뭐, 어떤 이야기인지 해보아라. 내가 있는 울릉도보다 아름다운 곳이 있니?”

동해바다를 지키는 달 신선이 나섰어요.

“다른 신선에게 들었던 이야기인데 조선국에 금강산이라는 곳이 있는데 너무도 아름다워, 그곳에 가면 여러 신선들도 있다고 해.”

달 신선은 그가 바람결에 들은 금강산 이야기를 모두 털어 놓았어요. 두 시선이 달 신선의 말에 단박, 귀가 솔깃했어요. 세 시선은 금강산에 가서 그 아름다운 바위, 골짜기, 숲, 산새들, 짐승들을 보고 싶었어요.

다음 날 새벽, 독도를 지키는 별 시선은 튼튼한 배 한 척을 준비했어요. 독도의 한적한 바위 항구에서 ‘달’, ‘별’, ‘해’ 신선이 금강산으로 출발하기 위해 배를 탔어요.

세 시선은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금강산 뱃길을 알고 있다는 달 신선이 배의 방향을 알려주는 대로 모두가 노를 저었어요. 하늘에 별들이 하나, 둘 빛을 잃어 갈 즈음 배가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작은 항구에 닿았어요. 여태까지 배의 방향을 이끌어온 달 신선도 망설였어요.

“나도 별들에게 듣기만 했지, 막상 금강산 골짜기를 찾아 들어가는 길을 잘 몰라.”

세 신선은 서로 눈빛을 바라보고 난감해 했어요.

그때, 울릉도를 지키는 ‘해’ 신선이 천천히 말했어요.

“나도 울릉도 사람들 중에 금강산 구경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람결에 간혹 들었는데 외금강의 구룡연 골짜기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더라. 구룡연 골짜기까지는 우리들의 배가 계곡 물을 타고 올라갈 수 있다고 했어.”

해 신선이 배의 방향을 잡는 일을 맡았어요. 세 신선은 부지런히 노를 저었어요.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강줄기를 따라가다 구룡연 골짜기로 들어가는 산 계곡의 폭이 좁은 개울로 접어가자, 배가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올라가게 되었어요.

좁은 개울로 배를 간신히 저어가는 신선들도 아찔아찔 했어요. 금방이라도 배가 바위에 부딪쳐서 계곡물에 뒤집어 질 것 같았어요. 배의 방향을 잡은 해 신선은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피해서 배를 잘 몰았어요.

세 시선은 금강산의 경치에 벌써부터 정신이 팔려 어쩔 줄을 몰랐어요. 신선들은 처음 보는 금강산 경치에 눈이 팔려 연신 숨을 헐떡이며 감탄사를 연발했어요.

“와! 저 푸른 잎에 자르르 흐르는 햇살 좀 보아라. ”

“저 묘한 바위는 어떠하고?”

“숲속의 저 맑은 새소리는?”

“바다, 파도 그리고 하늘만 보던 우리들에게 이런 금강산의 경치를 보니 꿈속에 있는 것 같다.”

세 신선들은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저어가면서도 금강산 경치에 눈이 팔렸어요. 시선들은 계곡을 깊이 들어갈수록 더 신비로운 경치에 눈이 홀려 정신을 잃을 정도였어요.

세 신선들은 계곡을 그렇게 저어 올라가다가 정신이 아찔했어요. 하늘에서 커다란 물기둥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렸어요. 신선들은 바다에서는 볼 수 없는 폭포라는 것을 처음 보게 되었어요.

세 시선은 눈이 동그래지며 어쩔 줄을 몰랐어요.

“와! 이게 뭐야? 하늘에서 물기둥이 무섭게 쏟아지다니.”

“세상에 무슨 조화란 말인가? 저런 물기둥이 하늘에서,”

배의 방향을 지휘해 오던 햇살 신선이 말했어요.

“이제 더 이상 배를 저어 올라갈 수가 없네.”

“배를 여기다 대어 놓고 아름다운 금강산 경치를 보러 나가세.”

“그게 좋겠다. 이 좋은 경치를 보러 우리가 먼 동해에서 오지 않았던가?”

세 신선은 배를 그곳에 단단히 매어 놓고 폭포가 쏟아지는 그 줄기를 따라 세존봉으로 올라갔어요. 세 신선의 눈은 세존봉의 경치에 눈이 홀려 어쩔 줄을 몰랐어요. 바다만 보던 세 신선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비롭고 아름다웠어요. 산, 바위, 나무, 새소리, 바람소리가 아슴한 꿈속처럼 흔들렸어요.

세존봉에 오른 세 신선은 주변의 산과 바위를 둘러보며 그 아름다운 경치에 눈이 홀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린 아이처럼 목청을 가다듬어 노래를 불렀어요.

 

동해바다에는 진주성이요.

남해바다에는 산호성이다

온 세계를 다 다니며 산천 구경하였건만

이렇게 좋은 데 어이 있으랴

쳐다보면 만봉만악

굽어보면 녹음방초

별유천지비인간이라

나도 시선이 아니던가

에라- 만수 ♪

 

우산국(울릉도)을 다스리던 해의 시선이 나서며 신선들에게 말했어요.

“우리가 멀고 먼 동해바다에서 이곳까지 왔으니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석구석 구경하고 가세.”

독도에서 온 별 신선은 더 간절하게 말했어요.

“일 년, 365일 바람소리, 파도소리만 듣고 있는 나는 이 금강산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사슴, 노루, 곰하고 이곳 금강산에서 놀고 싶다.” 동해의 달 시선이 긴 한 숨으로 말했어요.

“아 – 내가 그 망망대해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어쩌다 고기잡이배가 한 척 지나가면 그게 그렇게 사랑스럽고 좋아서 그 뒤를 물그림자로 쫄쫄 따라다니던 것을 생각하면 이곳은 천국인 것 같구나.”

세 신선들이 외금강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기로 했어요.

우산국의 ‘해’의 신선이 다른 시선들을 안내했어요. 그는 울릉도 사람들 중에 금강산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는 말을 바람결에 들어서 제법 금강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어요.

“이곳이 구룡연에서 아름다운 망수봉이라는 곳이야. 이곳은 봉우리가 외롭게 오뚝하게 솟아 있어 멀리서도 잘 보이는 곳이지요. 그래서 외적들의 침입이 있으면 봉화를 올리던 곳이라고 해요.”

‘해’ 시선의 설명을 듣고 독도를 다스리는 ‘별’ 신선이 눈이 동그래져서 ‘해’ 신선에게 물었어요.

“와! 해 시선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나요? 대단하 십니다.”

“에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아는 만물박사 시선이 아닌 가요? 실은 저도 몇 가지 밖에 모릅니다.ㅎ ㅎ ㅎ”

세 시선은 울창한 숲 속으로 들어갔어요. 너무도 울창한 숲속이라서 낮인데도 하늘이 전혀 보이지 않고, 간혹 숲 속 사이로 바늘구멍 같은 숲 사이로 햇살이 들어왔어요. 신선들은 그 숲속에서 지줄대는 산새소리에 정신을 팔렸어요. 파도소리 이외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신선들은 그 새소리가 너무 좋아 숨을 고르며 들었어요. 신선들은 은근히 눈을 ‘해’ 시선에게 돌리며 ‘해’ 시선의 설명을 기다렸어요.

“이 곳은 창터솔밭이라는 곳이지요. 구룡연에서 사시사철 수려한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지요. 우리가 숲 속에 있지만 건너편 산봉우리에서 우리가 있는 이곳을 내려다보면 마치 비단을 깔아놓은 곳처럼 좋은 곳이지요.”

그때, 신선 중에 한 사람이 놀라서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해 시선, 저- 저게 뭐요? 응? 아유, 귀여워라.”

“어엇? 저것은 도토리를 물고 달아나는 다람쥐라는 것이지요. 저런 다람쥐는 우리 우산국에도 있어요.”

세 신선은 도토리를 물고 꼬리를 흔들며 달아나는 다람쥐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그곳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해 시선은 달, 별 신선에게 이곳저곳을 구경시키기 위하여 구룡연 근처를 돌아다니며 설명해주었어요. 신계사 3층 돌탑, 자추암, 술기넘이고개, 매바위 등을 하나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신선들은 금강산의 구석구석을 구경했어요. 그 넓고 험한 금강산이지만 시선들에게는 날아다니듯 하니 쉽게 다닐 수 있는 곳이었어요.

신선들은 외금강, 내금강, 해금강 등 구석구석을 다녔어요. 신선들이 비로봉에 가서는 그 아름다운 경치에 떠날 줄을 몰랐어요.

그런데 시간의 흐름은 신선 세계의 시간과 인간들 세계의 시간은 달랐어요. 시선들 세계의 하루는 인간 세계의 몇 백 년의 시간과 같다고 해요. 인간 세계의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어요.

‘해’ 신선이 금강산 구경을 마친 달, 별 시선에게 말했어요.

“이제 금강산 구경을 대충 한 셈이니, 우리가 살던 동해바다로 가는 것이 어떻소?”

“꼭 가야하나요? 이 좋은 금강산에서 푸른 숲, 맑은 바람, 새소리, 저 맑은 물소리, 정겨운 짐승들의 소리. 나, 달 신선은 이곳에서 ..... .” “나, 별 신선도 같은 생각인데. 그 외로운 파도소리 바람소리만 들리는 그 섬으로 어떻게 돌아가나요?”

“절대로 아니 됩니다. 우리가 동해바다에서 배를 타고 올 적에 금강산 구경을 가자고 했지, 금강산에서 살자고 하지는 않았지요.”

해 시선이 강력하게 말하자 달, 별 신선도 더 말을 하지 못했어요. 그들이 생각해도 해 시선의 말이 맞는 것 같았어요.

그들은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뒤로 하고 그들이 처음 도착했던 구룡연 작은 연못으로 내려갔어요. 그들이 내려가는 길 양쪽에는 흐드러진 산꽃들이 손길을 살래살래 흔들며 신선들을 금강산에 잡아두려고 유혹했어요.

신선들이 그들이 처음 도착했던 폭포가 쏟아지고 작은 연못이 있는 곳에 도착했어요.

“어엇? 우리가 타고 온 배가 없어졌네.”

“아니? 그 큰 배가 어디로 갈 수가 없는데. 내가 얼마나 단단히 매어 두었는데.”

그때 ‘해’ 시선이 사방을 들러보고 여유를 가지고 벙긋이 웃으며 말했어요.

“ 달, 별 시선님, 이곳 언덕으로 올라와서 작은 연못을 한번 내려다보십시오.”

달, 별 시선이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서 그 작은 연못을 내려다보다가 두 신선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함께 손뼉을 짝- 치고 말했어요.

“이 작은 연못이 우리가 타고 온 배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타고 온 배를 이곳에 매어 두었는데, 우리들이 금강산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동안 인간 세계의 시간이 얼마나 흘렀겠습니까? 우리가 타고 온 배가 돌로 굳어져서 작은 연못(소)이 되었네요.”

“어허 잘 되었네. 동해바다로 돌아갈 배도 없으니, 이제 그 지긋지긋한 파도 바람소리 듣지 말고 금강산에 살자.”

세 신선은 다시 금강산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올라갔어요.

‘해’ 신선의 말대로 그 작은 연못은 바위로 된 작은 배를

꼭 빼어 닮았어요. 그 뒤로 사람들은 그 작은 연못(소)을 <배>를 닮은 작은 연못<소>, 즉 배소라고 불렀어요.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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