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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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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금강산 삼일포 골짜기의 몽천암

기사입력 2019-12-3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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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삼일포 골짜기에 몽천암이라는 암자가 있었어요. 그 몽천암은 1684년에 산불로 타버린 것을 1688년에 복원했으나 다시 불에 타버리고 지금은 그 절터만 남아 있지요. 그 절에는 이런 전설이 숨어 있어요.

강원도 어느 골짜기에 있는 작은 암자였어요.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새소리만이 들리는 산골 암자에 큰 스님과 작은 스님이 부처님 앞에서 불경을 읽고 있었어요.

“마하반야 바라밀다. 관자제보살 ..... .”

오늘은 불경소리가 사뭇 무거웠고, 두 스님이 치는 목탁소리도 어쩐지 평소 같지 않았어요. 불경 읽기가 끝나자 작은 스님이 큰스님 앞에 공손하게 무릎을 꿇었어요. 두 스님은 무슨 큰 예식을 치르는 것 같았어요.

큰스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법원아! 네가 나에게 와서 불도를 공부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네 나이 서른이면 너도 이제 하나의 절을 맡아 중생을 구하는 일을 하여야 하느니라.”

“큰스님,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저의 법명 ‘법원’도 큰스님께서 내려주신 것이지요. 감히 제가 어찌 큰스님을 떠라 갈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다. 그러나 내가 법원 너에게 꼭 한 자기 부탁할 일이 있다.”

“예, 큰스님, 무엇이든지 말씀을 하십시오.”

“내 곁을 떠나면, 불사를 일으켜 절을 짓도록 하여라.” “절을 지으라고요? 저의 힘으로 될까요?”

“그래! 나는 잘 안다. 너의 열정과 능력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가능하면 금강산 계곡에 절을 지어라.”

작은 스님과 큰스님은 그날 아주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어요.

다음날 아침, 법원 스님은 어깨에 바랑을 짊어지고 절을 나섰어요. 10 여년을 수도하던 절을 나오는 법원 스님은 콧등이 찡해 왔어요. 법원 스님은 마을로 내려와 금강산으로 가는 길을 물어서 먼 길을 출발했어요.

날이 저물자, 스님은 몸도 피곤하고 배도 고파서 어느 한 곳에 쉴 곳을 찾았지만 하루 밤을 지낼 곳이 마땅하지 않았어요.

“갈 곳이 없구나. 어디서 하루 밤을 보내지?”

스님은 마을로 찾아들어가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 가까운 곳에 있는 암자를 찾아갔어요. 작은 암자에 들어가니 마침 스님들이 모여서 저녁 공양을 하고 있어요.

“길가는 승려이오니 쉬어가도 될까요?”

그 절의 주지 스님이 일어나더니 법원 스님의 행색을 아래 위로 유심히 살피고 고개를 꺼덕이더니 식탁 옆에 앉으라고 했어요. 법원 스님은 배고픔, 피곤함으로 그 날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몰라요.

다음날, 아침 공양이 끝나자 주지 스님이 법원 스님을 조용한 방으로 불러 물었어요.

“스님, 어제는 어쩌다 그렇게 늦게 오셨소.”

법원 스님은 주지 스님에게 숨길 것이 없었어요. 사실대로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그 목적을 위해 가고 있는 곳을 말했어요.

“그러시군요. 나의 젊은 시절과 같구려. 나도 이 절을 내가 지었소. 승려가 절을 짓는다는 게 새로운 부처님을 한 분 모시는 것과 같습니다.”

“스님, 가르쳐 주십시오.”

“지금 이 길로 금강산을 찾아가서 주변의 산세, 바위 등에서 부처님의 신성스러움을 보일 수 있는 곳을 찾으시오. 그 다음이 불자들의 힘을 얻는 것이라오.“

스님은 법원에게 이런 저런 일을 자상하게 말해주었어요. 법원 스님은 그 스님에게 많은 것을 베웠어요. 법원 스님은 그곳 암자 주지 스님에게 고마운 인사를 하고 금강산으로 출발했어요.

스님은 한 달 가량을 걸어 금강산에 도착했어요. 먼 길을 걸어왔지만 금강산 계곡에 접어들자, 금강산의 절묘한 경치 때문에 스님은 피로를 느낄 수 없었어요. 봉우리마다 모이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온갓 몸짓으로 재주를 부리는 것 같았고, 계곡마다 흐르는 맑은 물이 천 가지 재롱을 부르는 것 같았으며, 바위 틈 마다 묘한 모습으로 서 있는 나무들을 보니 이곳이 신선들만이 사는 곳이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님은 마땅히 쉴 곳을 찾지 못해 어느 양지녁 바위굴을 찾아들어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어요. 바랑에 넣어둔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옹달샘의 맑은 물로 배를 채웠어요. 밤이 되자, 풋풋한 산내음이 피곤한 몸을 녹여줄 듯이 부드럽게 온몸을 감쌌어요. 밤이 깊어지자, 소쩍새 소리가 숲속이 동동 떠내려가게 울었어요.

금강산의 아침은 산새들의 지줄대는 소리에 열리지요. 스님은 그날부터 금강산 골짜기, 골짜기를 다니며 절을 지을 곳을 찾았어요. 비로봉을 중심으로 외금강, 내금강, 해금강을 다니며 찾아보기로 했어요.

산수가 그렇게 아름답고 신기한 곳이 많았지만 막상 절을 지을 좋은 장소는 없었어요. 뒷산의 바위 모습들이 부처님의 자비처럼 포근한 모습으로 내려다보는 곳은 그 산세가 너무도 가팔라서 사람이 왕래하거나 절을 지을 돌, 나무를 옮길 수 없는 곳이었어요.

스님은 땀을 뻘뻘 흘리며 금강산 골짜기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정말 좋은 곳을 발견했어요.

“아, 이곳이면 좋을 것 같구나. 마을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산 능성이 완만해서 절을 지을 자재 운반도 용이할 것 같구나.”

그러나 그곳도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절을 지을 위치로서는 적당하지가 않을 것 같았어요. 절 주변에 부처님의 자비로운 모습을 닮은 바위나 아름드리 나무들이 울창하여 산새들이 깃이 되어야 하는 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어요.

“아, 절을 짓는 다는 것이 쉽지 않구나. 하긴 부처님의 자비를 안길 보금자리가 그리 쉽지는 않겠지.”

스님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기가 수도했던 큰스님이 있는 절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큰스님에게 실망감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스님은 포기 하지 않고 다시 금강산 삼일포 골짜기를 이곳저곳 돌아다녔어요.

“아, 이제 비로봉, 삼일포 골짜기로 다시 가볼까? 그곳이 아무래도 마음이 머물고 싶어. 만물상 골짜기도 가깝고.”

스님은 밤이 되면 바위굴, 나무 밑 그리고 토굴에서 잠을 자며 금강산의 이곳 저곳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정말로 스님의 마음에 드는 한 곳을 찾았어요.

“ 바로 이곳이다. 이곳 평평한 곳에 절을 지으면 일을 쉽게 할 수 있고, 절 뒤쪽의 산 능선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부처님처럼 버티고 앉아 포근하게 절을 감싸고 있을 것이니 얼마나 좋은 터인가! 여태까지 부처님은 나를 시험하셨나보구나. 이렇게 금강산을 신발이 달토록 걷게 하시고.”

스님은 비로소 긴 숨을 내쉬며 절터가 될 곳을 돌아다녀보니, 볼수록 좋은 위치였어요.

“이 편편한 절터, 앞이 훤히 트이고, 뒷산이 저렇게 자비로운 부처님이 계시는 것 같고.“

스님은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도 모르도 그 절터가 너무좋아 몇 바뀌나 걸어서 돌았어요.

“오늘 밤은 이곳 넒은 마당바위 위에서 잠을 자야지. 너무도 포근한 곳이다.”

스님은 그날 밤, 마당 같은 넓은 바위 위에서 뒹굴며 잠을 잤어요. 밤하늘에 별들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어요.

다음날 아침이었어요. 스님은 아침 식사를 위해 물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주변을 살펴도 물이 있을만한 곳이 없었어요.

“아하, 세상에 꽃 좋고 열매 좋은 것이 없다더니만. 이곳에 물이 없구나. 아! 아쉽다. 얼마나 좋은 곳인가. 물이 없다니?”

사람이 사는 곳에 물이 없으면 그곳은 사막이나 다름이 없는 곳이지요. 스님은 그 장소가 너무 아까워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물이 나는 샘터나 개울을 찾았지만 그 주변에서는 물 한방을 구경을 할 수가 없었어요.

“아! 아깝다. 이 좋은 위치에 물이 나는 샘이나 개울이 없다니. 애석하구나.”

스님은 밤이 되어도 그곳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그 넓은 바위 위에서 뒹굴며 물이 퐁퐁 솟아나는 샘터를 점지해 달라고 부처님에게 빌었어요.

그러다 스님은 넓은 마당바위 위에서 깊은 잠이 들었어요. 하늘의 별빛이, 달빛이, 산바람이 그런 스님의 몸 위에 이불처럼 포근하게 덮었어요.

스님이 피곤한 몸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잠을 잤어요. 꼼 속에서도 스님은 두 손을 모으고 물이 퐁퐁 솟아나는 샘터를 달라고 부처님에게 기도했어요.

그런 스님의 귓가에 산속이 울릴 것 같은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어요. 부처님의 목소리이어요.

“갸륵하구나. 중생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 너의 그 갸륵한 정성을 보니 내 감동이 되는구나. 자네가 누워 있는 그 바위 아래쪽을 파면 맑은 샘물이 퐁퐁 솟아 날 것이다.”

스님이 잠에서 깨어보니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나 있어요.

“꿈속이었구나. 새벽이 빨리 오면 바위 아래를 파보아야겠구나. ”

스님은 하늘에 별을 새며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기다리는 새벽은 참으로 더디게 왔어요. 스님이 바위 위에서 싸늘한 산속의 초여름 밤의 추위를 견뎠어요. 기다리는 새벽은 무척 더디게 왔어요.

드디어, 하늘이 차츰 밝아왔어요.

스님은 주변이 밝아오자, 천천히 바위 아래로 갔어요. 뽀족한 돌을 주워 힘을 주어 바위 아래를 천천히 파들어 갔어요.

“물기가 없는데? 꿈이 꿈으로 끝나려나?”

스님은 부처님의 계시라는 것을 생각하고 끝가지 바위 밑을 파고 들어갔어요. 괭이나 호미도 없이 뽀족한 돌도끼로 흙을 파 들어간다는 것은 무척 고된 일이었어요.

스님은 손등이 돌에 찍혀 피가 삐쯤삐쯤 났지만 참고 바위 밑을 파고 들어갔어요. 얼마를 파들어 갔을까요?

“와! 물기가 보인다. ”

스님이 들고 있는 돌도끼 끝에 물기가 묻어나왔어요. 스님은 그 물기 묻은 돌도끼를 보자, 몸에 생기가 돋아났어요.

“와 물길이 보인다. 조금만 더 파고 들어가면 샘물이 날 것 같다.”

얼마를 파고 들어갔을까요? 어린 아이 키 정도의 깊이로 파고 들어가자, 물기가 보이더니 드디어 샘물이 퐁퐁 솟아오르기 시작했어요.

“아, 부처님의 말씀이 맞구나. ”

스님은 돌을 놓고 두 손을 모아 부처님에게 한없는 감사의 예불을 드렸어요. 잠시 감사의 예불을 마친 스님은 두 손으로 퐁퐁 솟아오르는 샘물을 떠서 입에 넣었어요. 그 물은 이슬처럼 맑고 시원했어요.

스님은 그날부터 마을을 다니며 절을 지을 시주를 받으러 다니게 되었어요. 금강산 아래 특히 삼일포 골짜기 아래 마을 집집마다 찾아다니기로 했어요.

스님이 마을에 들어가 마을 뒷산에 절을 지을 시주를 말하자 모두가 꼭 같은 말을 했어요.

“스님, 그 골짜기가 산세는 좋지만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곳이지요. 그냥 두시는 게 좋습니다.” “아닙니다. 소승이 어제 그 넓은 마당바위에 잠을 자다 부처님의 계시로 그 아래 샘을 파보니 아주 맑은 물이 퐁퐁 솟아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스님의 말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직접 그 바위 아래까지 가서 확인을 했어요. 정말 신비스럽게 마당 바위 아래 작은 샘에서 맑은 물이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어요.

이 말이 삼일포 골짜기 이 마을 저 마을로 퍼지기 시작했어요. 마당 바위에 아래에 가서 샘물을 확인하고 그 샘물을 마서본 사람들은 부처님의 계시를 믿고 절을 짓는데 모든 것을 바치려고 했어요. 스님은 그런 불자들의 힘으로 절터를 고루고 나무를 베어 커다란 절을 지었어요.

스님은 절이 완성되자, 모든 사람들을 절 마당에 모아놓고 말했어요.

“이 절은 자비로운 부처님의 은덕으로 시작 되었으며, 여러 불자님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 진 것입니다. 여기 샘은 제가 꿈에서 본 샘이니 꿈 몽(夢)자를 넣어 몽천(夢泉)이라 하며 절 이름은 몽천암(夢泉庵)이라고 하겠습니다.”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가 두 손으로 합장을 하며 스님에게 감사의 절을 올렸어요.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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