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3-09-21 15:45

  • 오피니언 > 스토리텔링

12. 신선들이 쉬어가는 삼선암

기사입력 2019-06-28 13:44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금강산의 삼선암은 중생대 유라기 단청 용암이 굳은 화강암으로 세 개의 산 같은 바위들이 깎아 세운 듯이 묘하게 솟아있는 바위산이에요.

하얀 양떼구름이 그 깎아 세운 바위산 사이로 흐르면 그 세 개의 바위산 위로 마치 신선이 내려와 걷는 것 같았어요.

그런 아름다운 삼선암에 정말로 신선들이 오게 되었어요. 산수를 즐기는 네 신선이 여러 곳을 구경하다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는 삼선암 바위를 찾아왔지요. 네 신선은 초연한 모습으로 금강산 이곳 저 곳을 내려다보았어요. 이 세상의 빼어난 모든 산수를 즐기고 조선 땅에서 유명하다는 금강산의 만물상을 찾아 왔어요.

그 신선들이 불평을 토해냈어요. 만물상 위에는 짙은 구름이 자욱하게 덮고 있었어요.

“어허, 만물상은 커녕 바위 하나 볼 수 없으니 어찌된 일일까? ”

“우리가 이 세상의 모든 산수를 다보고 가장 수려하다는 금강산의 만물상을 보러왔는데 이게 무어야.”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말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금강산만큼이나 그 모습이 그윽한 신선의 모습이었어요. 긴 수염, 긴 지팡이 그리고 가벼운 옷을 입었기에 천년을 살아가는 전설 속의 신선 모습 그대로였어요.

네 신선들은 구름에 자욱하게 가려진 만물상을 보려고 이리저리 장소를 옮겨가며 애를 썼어요. 그러나 도저히 만물상을 볼 수 없었고 더구나 금강산의 산 신령, 선녀들도 눈에 띄지 않아 누구에게도 말을 걸 수가 없었어요.

그때, 한 승려가 혼자서 삼선암 바위 길을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어요.

한 신선이 그 승려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물었어요.

“여보시오. 길손? 여기 만물상이 빼어난 산수라고 찾아왔는데 짙은 구름이 저렇게 깔려있으니 볼 수가 없네 그려.”

길을 가던 승려는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오느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어요. 스님이 긴 장삼의 소매 깃을 들어 이마의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들어 신선들을 바라보았어요. 범상치 않은 차림, 초연한 모습이 단번에 신선임을 알아차렸어요.

스님은 두 손을 모아 그 신선들에게 아주 공손하게 합장을 드리고 바른 자세로 그 연유를 신선들에게 말했어요.

“예, 소승이 여태까지 이 금강산에 살면서 만물상을 밝게 보는 것은 10년에 하루 정도입니다. 그것도 잠시 낮 시간이지요.”

“어허 ! 그것 참. 그러면 이렇게 먼 곳에까지 와서 만물상을 보지 못하고 간단 말인가?”

스님은 그런 신선들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었어요. 그런 눈치를 신선들이 재빨리 알아차렸어요.

“여보시오. 스님 양반, 우리가 이 먼 길을 와서 조선의 금강산 만물상을 보지 못하고 간다면 얼마나 서운 하겠소. 어떻게 방법이 없겠소.”

신선들이 한 목소리로 스님에게 정중하게 간청을 하자 스님도 무언가를 작심한 듯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요.

“실은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쑥스럽습니다.”

“여보시오. 스님, 우리들은 보시다시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초월한 신선들이오. 우리가 무서울 게 무엇이 있겠소.”

스님도 무언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는지 몇 번이고 망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예전에는 여름날에도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아, 만물상의 경치를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었지요.”

신선들의 숨을 죽이고 스님의 말을 들었어요.

“아늑한 꿈속처럼 아름다운 만물상 넓은 마당 바위에서 하늘나라 선녀들이 내려와 춤추고 놀았지요. 그러다가..... .”

신선들이 손에 땀을 쥐고 스님의 다음 말을 기다렸어요.

“승려로서 남의 허물을 들추는 것 같아서 말씀 드리기가 어렵지만 말씀 드리지요. 하늘나라의 예쁜 선녀들이 천선대 넓은 바위 위에 내려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지요. 그때는 정말로 만물상의 모든 것을 아주 밝게 잘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금강산의 마귀할멈들이 그 예쁜 선녀들의 놀이를 시샘하여 그것을 훼방을 놓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선녀들도 하늘나라에 올라가지 못하고 만물상 어느 바위굴에서 살아야 했고, 만물상이 일 년 내내 짙은 구름으로 우중충하게 가려져 있지요.”

스님은 신선들에게 못할 말을 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가던 길을 가버렸어요.

신선들은 스님의 말을 듣고 금강산의 마귀할멈들에게 엄청 분개했어요. 그들은 즉시 모여 앉아 마귀할멈들을 불러 혼쭐을 내기로 했어요.

“당장 마귀할멈들을 불러 모아 무서운 벌을 내려야겠네.”

“그냥 벌을 내려서는 안 되지. 아예 금강산에서 쏟아내어야지.”

“우리가 할 일이 많네. 그 마귀할멈들 때문에 하늘나라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금강산 어딘가에 있는 선녀들도 불러 모아 하늘나라에 올려 보내야겠네.”

신선들은 치미는 화를 다스리며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말을 했어요.

“그 고약한 마귀할멈들을 따끔하게 혼내는 방법을 연구하자. 마귀할멈들이 감히 어디라고 하늘의 뜻을 가린단 말인가.”

한편 금강산의 마귀 동굴에서는 야단법석이 났어요. 스님이 신선들에게 한 말이 벌써 마귀할멈들의 귀에 들어갔어요. 마귀할멈들은 동굴 속에 모여 손발을 벌벌 떨며 저마다 한 마디씩 쏟아내었어요.

“그 녀석, 스님을 잡아 혼을 내자. 그 고얀 녀석.”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아. 스님을 혼내는 것은 뒤에 일이다.”

“맞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만물상의 짙은 구름을 빨리 걷어내고 선녀들이 신선들에게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급하지. 신선들이 예쁜 선녀들을 보면 일시에 우리 마귀할멈들을 잊을 거야.”

“그렇다. 맞다. 그게 급선무다.”

“빨리 서두르자.”

신선들도 바빴어요. 신선들이 삼선암 바위 위에서 회의를 한 결과, 마귀할멈들을 금강산에서 멀리 바닷가로 쫓아내기로 결정을 했어요. 신선들이 마귀할멈들을 삼선암 바위 마당으로 불러 모으려고 했어요. 나이가 많은 한 시선이 짙은 구름으로 가려져 있는 만물상을 내려다보았어요.

바로 그 순간이었어요.

갑자기 금강산 만물상 위로 아주 무섭도록 강한 바람이 일었어요. 만물상을 자욱하게 덥고 있던 그 짙은 구름을 강한 바람이 먼 동해 바다 쪽으로 서서히 밀어내었어요.

구름이 밀려가고 만물상 경치가 말끔하게 나타나자, 그와 때를 같이하여 삼선암 넓은 바위 어딘가에서 부드러운 풍악소리가 그윽하게 울려 퍼졌어요. 만물상을 두껍게 덥고 있던 구름이 아주 강한 바람에 밀려나자, 만물상의 봉우리들이 반짝이는 보석처럼 하나씩 돋아나기 시작했어요. 잠시 사이에 찬란한 햇살이 만물상의 많은 봉우리들을 쓰다듬듯이 그 절경을 하나씩 펼쳐보였어요. 잠시 사이에 번쩍번쩍 빛이 나는 만물상의 봉우리들이 괴이한 모양을 한 하고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으로 돋아났어요. 신선들이 그 황홀하고 아슴한 경치에 정신을 잃었어요.

네 신선들은 모두가 만물상 경치에 홀려 만물상의 바위 구석구석을 살피느라고 정신이 나간 것처럼 되어버렸어요. 마귀할멈들을 엄하게 혼내겠다는 말도 까맣게 잊고 만물상 경치를 보기에만 정신이 팔렸어요.

“아! 참으로 금강산의 만물상 경치는 천하의 명승이구나. 하늘 아래 이보다 더 묘하고 아름다운 곳이 없었지.”

신선들은 만물상 경치에 감탄하며 천천히 천선대에 오르기 시작했어요. 그 천선대는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 계단이 있는 곳이며 더 넓은 만물상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지요.

신선들이 긴 옷자락을 끌고 천선대로 천천히 오르며 만물상 경치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조심스럽게 하나씩 눈 속에 담았어요.

신선들이 천선대 넓은 바위 위에 발이 딛자, 정말로 꿈 속 같은 황홀한 장면이 안개처럼 아슴하게 아른거렸어요. 손으로 잡으면 금세라도 흔들거나 사라질 것 같은 황홀함이었어요. 가지가지 꽃들이 가볍게 흔들리며 그 가운데 눈부신 날개옷을 입은 선녀들이 나비처럼 날개를 하느작이며 시선들을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마치 하늘의 정원을 옮겨다 놓은 것 같았어요.

선녀들의 눈부신 옷차림,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햇살 같은 밝은 웃음이 꽃처럼 피어오는 것 같았어요. 선녀들이 나긋한 말씨로 신선들이 포근한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안내했어요.

신선들은 그 아름다운 선녀들과 향기가 나는 꽃들 사이에 자리를 잡자, 엄한 벌을 주자던 마귀할멈들을 까맣게 잊었어요. 신선들은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면서 금강산 천선대에 와서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을 줄 몰랐어요.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신선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선녀들의 춤이 시작되었어요. 하늘나라에서나 들을 수 있는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날개옷을 입은 선녀들이 몸을 가볍게 흔들고 신선들 앞을 오가며 춤을 추었어요. 신선들의 눈이 선녀들의 그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느라 숨결도 가볍게 죽였어요.

선녀들의 춤이 아주 빠르고 그윽한 고개를 넘자, 그 중에서 가장 예쁜 선녀가 신선들 앞으로 나왔어요. 그 선녀가 엷은 날개옷으로 몸을 가리고 시선들 앞에 다소곳이 꿇어 앉아, 미리 준비 해 온 술잔과 술병을 올렸어요.

“이 술은 천도술입니다. 이 술을 마시면 천년을 사는 술이옵니다.‘

또 다른 신녀가 신선들에게 잔을 올리며 술을 따랐어요.

“신선님, 이 술은 황금술로 천년을 살아도 얼굴이 늙지 않는 술이옵니다.”

신선들이 술이 거나하게 취하자, 선녀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온 악기를 내어 켜기 시작했어요. 아름다운 음악이 천선대 넓은 마당에 흐르자, 신선들의 얼굴에 밝은 웃음꽃이 가득 피어났어요.

그때, 선녀들 중에서 가장 큰언니가 단정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신선 들 앞에 꿇어 앉아 신선들을 그윽하게 울려다보며 눈시울 적셨어요.

그 모습을 보자, 신선들이 깜짝 놀랐어요. 한 신선이 일어서서 그 선녀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선녀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물었어요.

“이 아름다고 경사스러운 일에 웬일로 눈시울을 적시는가?”

선녀는 신선의 손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내리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어요.

“저희들은 이 만물상 특히 천선대가 너무 좋아서 맑은 날을 가려 이곳에 내려와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놀다가 가지요. ”

그 말을 하고 난 선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몸서리치듯 말했어요.

“그 심술쟁이 마귀할멈들이 만물상에 짙은 구름을 깔고 천선대에서 우리들이 하늘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았어요.” “저런 못된 일이 어디 있나? ”

“그래서 저희들은 만물상 바위굴에서 여태까지 숨어 살았지요.”

여기까지 말하던 신녀는 마귀할멈들이 혹시나 들을까봐 벌벌 떨며 주변을 살피며 말을 계속했어요.

“저희들은 신선님들의 넒으신 아량으로 이렇게 밝은 햇살을 보게 되었고 다시 하늘나라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신선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어요.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마귀할멈에 대하서 분노를 나타내며 그 마귀할멈을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었어요.

그때, 선녀들 중 큰 언니가 말했어요.

‘저희들은 하늘나라로 올라가면 그뿐이옵니다. 저희들로 인하여 마귀할멈들을 벌주지 마소서. 저희들은 하늘나라의 선녀이온데 항상 백옥같이 맑은 품성으로 살고 싶습니다.

저희들로 하여 누가 벌을 받아 고통을 당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어허 과연 선녀다운 아름다운 마음씨이구나. 그대들의 뜻을 받아들여 관대히 용서해주마.”

선녀들의 켜든 악기들이 차츰 소리를 죽이고 만물상에 놀이 차츰 짙어가기 시작했어요.

선녀들이 하나, 둘 하늘에 오를 준비를 했어요. 천선대의 구름계단 쪽으로 모여 날개옷을 팔랑거리며 하늘을 향해 가볍게 날아올랐어요.

선녀들의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낄 적마다 고운 음악이 흘렀어요.

신선들도 일제히 일어서서 그 선녀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어요. 서산에 기울던 하느님이 그런 모습에 노을로 바알갛게 물들여주었어요.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