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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곡못의 사계[四季]

기사입력 2019-01-1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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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숙(본지 기자)

 

  
 

 

봄날 이른 아침

물속 아궁이 새벽 군불 지폈는가

굴뚝으로

뭉게뭉게

물안개 출렁다리 꼭꼭 숨기고

뭉게뭉게

물안개 위로 망루 띄워놓고

각시붓꽃 보랏빛 수줍음이

군불 따스함에 기지개를 켠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한여름 새벽

훌렁훌렁

벗어놓고 간 땀범벅 한낮의 무더위

누가 볼 세라 캄캄한 밤

멱 감으러 풍덩 하였는가

말끔하게 씻고

팔 베게 누워 별을 세다

곤하게 잠든 망루가

실바람에 배시시 웃는다

 

따사로운 햇살이

시원한 바람과 동무하는

가을날 정오

낳고, 낳고, 낳고는

성경에만 있다고 믿음은 오해였어

 

 

봄은 여름을 낳고

여름은 헤아릴 수 없는

전혀 다른 수많은 색깔들을 낳았다

닮은 구석 전혀 없는

색깔들의 수다에

수많은 연인들이 맺어지고

끊어진 인연들이 이어지고

너, 나가 우리가 되어지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풍요를 낳았다

 

귓볼 아리하게 시리던

겨울 아침

봄, 여름, 가을 발자국소리 뜸하여

외롭겠구나 그릇된 생각이었어

서릿발 아침햇살꽃이

출렁다리 위에서 춤을 추고

선상카페 노랑빨강 지붕위로

서릿발 아침햇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조찬을 즐기는가

반짝반짝 은수저 부지런하고

봄을 잉태한 망루가

태교를 한다

 

아름답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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