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북 영동(령동) 마을에 전해오는 이야기이다. 이 설화의 배경이 지상의 어떤 물체가 아니고 불두칠성과 인간과의 교감을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차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민간 설화의 소재는 대개가 주변의 산수, 짐승, 인간이 그 대상이 되었다. 그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본다.
영동 마을 뒷산에서 이야기가 풀려나온다.
허연 머리의 할머니가 지성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다. 그 할머니는 마을 뒷산 너덜겅 가장자리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제단을 마련 해 놓고 정성을 다해 두 손을 비비며 절을 하고 있다. 별이 뜨는 밤에 뒷산 한적한 너덜겅에 와서 혼자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산신령에게 기도를 드리는 게 아니고 북쪽 하늘에 있는 북두칠성에게 기도를 드렸다. 벌써 몇 달을 밤만 되면 바위 앞에 와서 촛불을 밝혀 놓고 지성으로 북두칠성에게 빌고 있다.
“북두칠성님,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집에도 흥부네 집처럼 금, 은 등을 저의 치마 폭 안에 가득히 채워지게 해주십시오.”
북두칠성에게 간절히 기도를 드린 할머니는 넓은 치마폭을 두 손으로 펴서 북두칠성에게 보였다. 그 치마폭에 금, 은, 보화가 가득히 담겨지기를 염원하는 행동의 표시였다.
그러한 할머니의 간절한 바람을 말할 적마다 북두칠성이 알아들었다는 듯이 별빛으로 깜빡거렸다. 할머니는 그런 별빛에 답이라도 하듯이 넓은 치마폭을 높이 쳐들고 둥실둥실 춤을 추었다. 마치 신들린 무당이 굿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할머니가 북두칠성을 향해 드리는 기도는 날이 갈수록 더욱 열성적이 되었다. 이제는 기도 중에 춤을 추거나 손으로 손뼉을 치며 노래까지 불렀다. 한판 굿이 벌어지는 것과 같았다. 할머니는 그렇게 하지 않고 집에 누워 있거나 쉬고 있으면 온 몸이 쑤시고 욱신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치 신들린 무당의 살풀이춤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그날 밤도 할머니는 북두칠성을 향해 손뼉을 치고 기도를 드렸다. 그 날 밤은 이상하게도 할머니의 신풀이가 극에 달한 것처럼 보였다.
할머니가 한 판 살풀이춤이 시작되었다. 제단 주변을 미친 여자처럼 펄쩍펄쩍 뛰어다니다가 제단 앞에 와서는 엉엉 울었다. 그러다가 정신이 들면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할머니는 그러한 행동을 한밤에까지 계속했다. 숲속에 잠자던 산새, 산짐승들이 놀래서 퍼드덕거리기까지 했다.
그 날 밤, 그러기를 얼마나 계속했을까 할머니가 지쳤는지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그 돌바닥에서 할머니는 코를 골며 곤하게 잠이 들었다. 자면서 할머니가 간혹 헛소리까지도 했다.
“북두칠성님, 나의 치마폭에 금, 은 그리고 보화를 가득 안겨 주십시오.”
“북두칠성님, 이 할미의 소원을 꼭 들어 주십시오.”
“나도 그 금, 은, 보화로 고래 등 같은 부잣집을 짓고 떵떵거리며 살고 싶어요.”
차츰 새벽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멀리서 첫닭이 우는 소리가 나고 동쪽 하늘이 아슴푸레하게 밝아왔다. 돌바닥에 누워 잠이 든 할머니가 온 몸에 으스스 추위를 느꼈는지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으으, 추워.”
몸을 흔들고 잠이 깬 할머니의 눈에 반짝이는 북두칠성이 보였다. 할머니는 눈이 뜨이자마자 손을 모으고 북두칠성에게 간절히 절을 올렸다. 그의 입에서 작은 소리의 기도가 세어 나왔다.
“북두칠성님, 나의 이 치마폭에 금, 은, 보화를 가득히 채워 주십시오.”
“나도 그 돈으로 비단 옷도 해 입고 부자로 살고 싶어요.”
할머니가 북두칠성에게 그렇게 간절히 기도를 하고 치마 폭을 벌렸다. 그 치마 폭에 금, 은, 보화를 가득히 채워 달라는 기원이었다. 그는 여태까지 이런 행동을 수도 없이 반복해 왔었다.
그런데 이날 아침은 할머니가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할머니가 치마폭을 좌악 벌리다가 눈이 번쩍 띄었다. 치마폭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는 얼른 그 묵직한 것을 손으로 만져 보았다.
“아! 드디어 북두칠성님께서 나의 지극한 소원을 들어주시나보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밤마다 이렇게 지성으로 기도를 드렸으니 내 소원을 들어주신 거야.”
할머니는 콩콩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떨리는 손으로 둥글둥글한 덩어리를 살며시 만져보았다. 할머니는 눈을 왕방울만큼 크게 뜨고 치마폭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그는 실망한 눈빛으로 짜증난 목소리를 내었다.
“이게 뭐야? 돌멩이 아니야. 내가 밤마다 미친 듯이 기도한 것이 이 돌멩이 얻으러 그랬단 말인가?”
“북도칠성님도 무심하시지. 세상에 이런..... .”
할머니는 그런 불평을 하면서도 치마폭에 싸인 돌멩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혹시나 귀한 금덩어리인가 싶어 눈을 크게 뜨고 몇 번이고 다시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 주먹 크기의 돌로 아주 단단한 돌멩일 뿐이었다.
“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은 아니구나. 더구나 돌이 일곱 개이니 북두칠성님의 영험이 맞구나.”
“일곱개의 돌! 북두칠성! ”
그렇게 북두칠성 일곱 개의 별을 입으로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금덩어리가 아니고 돌멩이인 것에 대한 실망이 아주 컸다. 북두칠성에 대한 원망이 펄펄 끓는 물처럼 끓었다.
“나에게 안기는 것이 겨우 돌멩이 일곱 개.”
“밤마다,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성으로 기도한 것이 돌멩이 일곱 개.”
할머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북두칠성이 원망스러웠다. 일곱 개의 돌을 치마폭에 싼 채로 산등성이를 내려왔다. 할머니는 그 북두칠성 돌을 아무 곳에나 함부로 버릴 수도 없었다.
할머니가 산등성이를 얼마나 걸어 내려왔을까. 할머니는 북두칠성에게 바친 기도를 생각하고 분하고 원망스러워했다. 치마폭에 싸인 그 북두칠성 돌 일곱 개까지도 미워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내가 밤마다, 북두칠성을 보고 얼마나 빌고 간절히 빌었는데. 금, 은, 보화를 달라고. 내가 이 돌을 얻으려고 그렇게 미친 듯이 빌었나?”
할머니는 치마폭에 있는 일곱 개의 돌이 치마폭 안에서 덜렁거릴 적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치마폭의 돌이 발을 옮길 적마다 아랫배를 쿵쿵치는 것이 무척 아프기까지 했다.
“에이. 이놈의 돌덩어리.”
“이 돌멩이 어디다 쓸 곳도 없지. 돌멩이, 돌멩이.”
할머니는 양지받이 잔디 언덕에 앉았다. 동산에서 아침 해가 불그스레하게 떠오르며 화난 할머니 얼굴을 비췄다.
할머니는 끓어오르는 분을 이기지 못해 식식거리다 치마폭의 돌 일곱 개를 주변 언덕으로 던져버리려 했다. 이 돌을 집에 가져가도 무겁기만 하고 아무 짝에도 쓸데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조금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갔다. 그 아래 언덕을 보면서 치마폭에 있는 돌을 한꺼번에 힘차게 멀리로 내쳐버리고 싶었다.
할머니는 바위 위에서 발끝에 힘을 주고, 손으로 치마폭을 힘차게 잡고 한꺼번에 일곱 개의 돌을 언덕 아래 멀리로 던졌다.
“하나, 둘, 셋”
그 순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일곱 개의 돌이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했다.
정말 신비로운 일이 일어났다. 하늘에 별빛 같은 밝은 빛이 반짝이었다. 그 돌 일곱 개의 돌이 부웅- 소리를 내고 푸른 빛으로 반짝이더니, 북두칠성 모양으로 흩어져 공중에 둥실 떠올랐다. 그 일곱 개의 돌멩이가 떠 있는 형상이 북쪽 하늘의 북두칠성과 위치가 흡사했다. 일곱 개의 돌멩이가 할머니의 치마폭을 떠나 하늘로 날아오르자, 그 순간 아주 신비한 음악과 빛이 함께 흘러나오기도 했다.
더 더욱 신기한 것은 일곱 개의 돌이 할머니의 치마폭을 떠나 공중에 떠오르자, 아주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로 부풀어 둥실 떠올라 공중에서 머뭇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언덕 이 곳 저 곳에 쿵쿵 소리를 내며 자리를 잡고 떨어졌다. 그 바위들이 마치 일곱 형제의 별처럼 언덕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할머니도 놀랐다.
“와!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그 주먹 크기의 돌이 저렇게 커다란 바위로 변하다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그게 예사로운 돌멩이가 아니구나. 집으로 가지고 가서 소중히 보관하였더라면 복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내가 너무 경솔했구나.”
할머니는 자신의 경솔했던 행동이 후회스러웠다. 원망스럽기만 하던 그 돌멩이들이 자식처럼 사랑스러웠다. 할머니가 집채만큼 큰 바위 일곱 개 주변을 돌아다니며 자식처럼 일일이 손으로 어루만졌다.
“사랑스런 내 새끼 같은 북두칠성 바위들아.”
할머니는 마을로 돌아오면서도 그 바위들을 몇 번이고 뒤돌아보았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그 바위를 보고 무척 신기해했다. 집채처럼 큰 바위 일곱 개가 북두칠성처럼 늘어져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밤마다 북두칠성 별이 그 바위에 놀다간다는 말까지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나절 그 마을에 돈이 많은 박대감이라는 자가 그 북두칠성 바위를 한 개씩 돌아보았다. 바위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돌로 바위를 톡톡 두들겨 보기도 하고 깨어진 바위를 손에 들고 바위의 성질을 자세히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저녁나절에는 석공을 한 사람 데리고 와서 돌을 더 자세히 살피고 그 석공과 말을 주고받았다.
“자네가 보기에는 이 바위의 재질이 어떤가? 이 바위를 깨어서 우리 선산에 비석으로 쓰고 싶은데 어떠한가?”
“박 대감님, 이 바위는 정말 귀한 바위입니다. 비석을 만들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바위는 없을 것입니다.”
박 대감은 그 소리를 듣고 무척 흡족한 얼굴이 되어 얼굴에 웃음을 벙글거렸다.
‘그렇지. 이 바위를 깨뜨려 우리 조상들의 묘소가 있는 선산에 비석으로 세워야지.’
다음날부터 박대감은 그 일에 착수했다. 유명한 석공들을 데리고 와서 작업을 시켰다. 칠성바위 일곱 개 중에서 가장 위쪽에 있는 큰 바위에서 석공들이 일을 시작했다. 그들은 도구를 써서 바위를 자르고 갈아 비석 모양이 되자, 글을 새기기 시작했다.
제법 오랜 기간 동안 석공들이 공을 들여 비석에 글을 새겨 그 일을 완성했다. 비석이 완성되자, 그 무거운 비석을 옮기는 일을 착수했다.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다. 비석 밑에 나무를 깔고 조금씩 움직여갔다.
그런데 박 대감의 선산으로 비석을 옮기는 작업 중에 이변이 일어났다. 그 맑은 날이 갑자기 구름이 끼더니 천둥벼락이 천지를 흔들었다. 일꾼들은 그 어려운 비바람 속에서도 비석을 박 대감 선산에 옮기는 일을 계속했다. 일꾼들의 불안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박 대감을 원망하기도 했다.
“세상에 이렇게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지는데 일을 해?”
“그러게 말이야. 어쩐지 불길해,”
“나도 이런 일을 오래 해보지만 오늘 같이 불길한 날은 처음이야.”
박 대감도 불안했다. 선산에 비석을 세우는 날, 난데없이 비바람, 천둥번개가 일었으니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여졌다. 박 대감은 그 비바람 속에서도 일꾼들을 독려해서 그 일을 어렵게 마쳤다.
다음날 아침나절, 박 대감은 혼자서 선산을 돌아보았다. 좋은 돌로 세워둔 비석을 손으로 만지며 흐뭇한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불길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하필이면 그날, 그 시간에 그런 천둥번개가 일다니.”
박 대감의 그러한 불길한 마음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런데 정말로 북두칠성 바위를 깨어 만든 그 비석의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산에 비석을 세운지 열흘이 되는 날, 그 박 대감의 집에 불이 나서 집이 모두 타 버렸다. 그 다음날부터도 집안에 계속적으로 마귀의 손길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 집에 기르던 소가 죽는가 하면 우물의 물이 갑자기 붉은 황토물이 되기도 했다.
박 대감은 도저히 그 마을에 살 수 없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마을 사람들은 박 대감의 일을 생각하며 북두칠성 바위가 무서운 마귀의 바위라고 생각했다. 함부로 북두칠성 바위 가까이 가는 것도 금기시 했다.
“저 바위를 함부로 해치면 마귀가 따라오는 거야.”
마을 사람들은 그 뒤로 그 바위를 북두칠성 바위 라고만 하지 근처에 가는 것조차 꺼려했다. 더구나 돌로 그 바위를 치거나 깨트리는 일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근대에까지 그 바위 일곱 개가 잘 보존되었으나, 농촌에서 경지정리를 하는 과정에 모두 치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