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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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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역사를 알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part2.〈도전과 리더십〉

기사입력 2018-03-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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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건화 황광웅 회장님

 

 

역사적 친연성은 비즈니스를 풀어가는데 윤활유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몽골에서 중앙아시아, 소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의 나라들에는 알타이 문화권, 실크로드 등이 공유할 수 있는 이슈가 된다. 친연성과 동질성을 밑거름으로 삼아 감성 비즈니스를 펼치자. 역사와 문화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처럼 추석은 풍요로움의 상징이다. 고향집은 일가친척들로 시끌벅적하고 정성스레 차례상이 차려진다. 차례상에는 햇과일, 햇곡식이 올라가는데 그중에서 ‘뿌리’를 상징하는 과일이 바로 밤이다. 씨밤은 땅 속에서 새싹을 틔우고 밤나무가 크게 자라 열매를 맺을 때까지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매달려 있다. 차례상에 올려진 밤은 자신을 낳아준 조상을 잊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뿌리는 정체성과 직결된다. 뿌리가 얕으면 정체성은 유약하여 풍파에 쉽게 흔들린다. 반대로 심근성 뿌리를 지녔다면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갖게 되고 이는 당당한 자아상으로 이어진다. 개인, 조직, 국가에 모두 해당되는 얘기다. 자신의 뿌리 또는 역사에 대한 건강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용비어천가는 이렇게 노래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 꽃 좋고 열매가 많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않으니 시내를 이루며 바다로 나아간다.”   

터키 사람들은 우리를 ‘피를 나눈 형제’라고 부른다. 필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과 터키의 3·4위전에서 느꼈던 전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스타디움에는 초대형 태극기와 터키 국기가 함께 펼쳐졌고 경기가 끝나자 양국 선수들은 뜨겁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두 나라는 어떤 연유로 형제의 연(緣)을 맺게 된 걸까? 많은 한국인들은 “6·25전쟁 때 터키가 우리를 도와주러 참전했기 때문”이라고 답하지만 적절한 답변이 아니다. 당시에 터키인들이 먼 길을 마다 않고 자원해서 달려온 것은 아주 오랜 옛날 우리와 맺었던 동맹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터키와 우리의 관계는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을 통일한 수·당은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고구려와 몇 차례 혈전을 벌였다. 이때 몽골 초원을 터전으로 삼았던 돌궐족(터키의 선조)은 고구려와 연합세력을 구축했다. 당이 고구려를 침공했을 때 돌궐족은 군대를 움직여 중원을 위협하는 등 고구려를 도왔다. 이후 돌궐족은 중앙아시아를 거쳐 서진을 거듭하여 우리나라에서 8000㎞나 떨어진 아나톨리아 반도에 정착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와의 역사적 관계를 기억한다. 반면에 우리는 그 역사를 쉽게도 잊어버렸다. 과연 무엇이 둘 사이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일까?   

그 해답에 대한 단서를 최진석 교수(서강대 철학과)의 강의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는 국가의 발전 단계에 따라 중심 학문이 바뀌는 패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법학, 행정학에서 다음에는 경영학, 경제학으로, 그 다음에는 철학, 심리학과 같은 인문학으로 중심 학문이 이동한다. 요즈음 우리 기업에서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이 이에 해당된다. 여기서 점프하면 고고학, 인류학이 중심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되는데 이는 ‘제국’을 이루었거나 제국을 꿈꾸는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중국, 일본 등 제국을 이루고 있는(이룬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는 고고 학이 발달했다.  

다시 터키와 한국의 관계로 돌아가 보자. 터키는 19세기까지 500 여 년간 제국(오스만튀르크)을 영위한 나라이다. 그래서 이들은 역사와 국제관계에 여전히 관심이 많다. 물론 우리도 동북아시아의 강력한 제국으로 군림한 경험이 있지만 오랜 옛날의 이야기다. 이후 강역의 축소와 일제 식민사관으로 스스로를 한반도 안에 묶어 놓는 나약한 역사관에 젖게 되었고 역사를 경시하는 풍조까지 생겨났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일갈했다. 반도적 사고에서 벗어나 대륙적, 해양적 역사관을 복원해야 한다. 우리 민족을 비롯하여 몽골족, 돌궐족은 알타이 산맥을 발원지로 삼은 유목 기마민족이다. 이들은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광대한 초원지대를 활동무대로 삼았고 서로 간에 때로는 동맹관계를, 때로는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세계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우리의 고조선, 고구려, 투르크 계열의 흉노, 돌궐, 오스만튀르크 그리고 몽골 제국 등이 그러했으며, 이들은 역사적, 문화적, 생물학적 측면에서 많은 친연성(親緣性)을 지니고 있다.   

언젠가 국내 기업인이 터키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구할 때의 일이다. 협상하는 자리에서 터키 측 인사가 ‘형제’를 화제로 삼았는데, 우리 측 인사는 별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오로지 비즈니스만 얘기 하더라는 것이다. 이에 실망한 터키 측 인사는 “짝사랑은 이제 그만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당연히 협상은 깨졌다. 역사적 친연성은 비즈니스를 풀어가는 데 윤활유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몽골에서 중앙 아시아, 소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의 나라들에는 알타이 문화권, 실크 로드 등이 공유할 수 있는 이슈가 된다. 친연성과 동질성을 밑거름으로 삼아 감성 비즈니스를 펼치자. 역사와 문화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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